6.14

by 수박씨

세상에 한 두줄 쓰는 것조차 다시 쓰기 시작하는데 열흘이 걸렸다. 다시 브런치에 들어오게 해 준 동력은 뜻밖의 모집으로 다녀온 강좌 덕분이다. 인천 학부모를 위한 '읽.걷.쓰(읽고, 걷고, 쓰고)' 사업의 하나로, [내 인생의 첫 책쓰기] 강좌가 열렸고, 그 강의가 오늘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고, 왕복시간과 등원 후 출근시간 사이를 계산해보니, 풀강의를 들을 수는 없어도 절반 이상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은 신청했다.


강의 첫 날인 오늘, 집 재계약으로 동사무소에 가야할 일이 있었다. 남편이 어제 말했으나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집에 차가 한 대이다보니, 차를 쓰려면 동사무소 일은 내가 봐둬야했다. 첫째날부터 난관이었다. 다행히 온라인 발급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사히 참석했으나, 다음 주 두 번째 강의는 아들의 첫번째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 강의를 듣고 다음차시 여부를 생각해보고자 했는데, 강의가 정말 좋았다.


강의를 들으니 동력이 생겼다. 그러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면 고민이 된다.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 강의를 듣는다고 책을 꼭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의를 포기하고 집안일부터 해결해야 하나? 아들의 첫 번째 공개수업인데 엄마가 안가면 서운하겠지? 따위의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니냐 마냐 할 때와 다를 바 없다. 그나마 회사는 돈을 번다는 명목하에 식구들의 도움이 있지만, 강의같은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강의를 들으러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학부모들의 엄청난 관심이었다. 300명 이상은 앉을 수 있는 대강당이었는데 거의 꽉차는 열기에, 앞부분에 앉고자 하는 열성을 보며, 이렇게나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주눅이 들었다. 이 중에 나는 책을 내는 저자가 과연 될 수 있을까?


강의 첫 번째 주제는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구상에 관한 주제였다. 책을 쓰는 마음가짐은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루틴'이라고 보면 되겠다. 집필 원칙을 세우고, 그 와중에 느끼는 희로애락을 체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써라!. 홍승완 강사는 이부분을 강조했다. 이 루틴이 만들어지면, 내가 매일 쓰려하지 않아도 글이 나를 끌고 간다고 했다. 이 부분을 나는 체험하지 못했다. 우선순위에 글쓰기는 늘 가족의 뒤에 있었고, 앞으로도 글쓰기가 더 우선이 될까싶긴 하다. 아직 내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하고 있는 일도 너무 많다. 무언가는 포기해야, 글쓰기의 루틴이 삶으로 정착될까 말까했다.


강의 후 일터로 와서 서가를 브라우징 했다. 나는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가? 커리어를 위한 글쓰기인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글쓰기인가, 흥미나 공부를 위한 글쓰기인가? 그 답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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