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우울한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면 더 바쁜 남편. 결혼하고 지금까지 늘 이브날은 교회행사, 성탄에는 예배, 그리고 가족끼리의 축하로 끝나는 것은 여느 때와 같았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연말행사 공연에 애들을 데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쁜 남편을 대신해 혼자 애들 선물을 준비해서 새벽같이 세팅하고, 혼자 애 셋을 데리고 성탄예배를 드리고, 그리고 드디어 남편의 일도 끝이 났다.
시댁으로 향했고, 함께 식사를 했다. 남편도 고된 일들이 끝나고 쉼이 필요했겠지만, 나는 늘 외로움에 시달린다. 인스타를 보니 바쁜 남편들도 휴일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려 애쓰는 모습들이 보인다. 동생커플은 둘이 알콩달콩 엄마를 챙겨주며 사진을 보내온다.
남편이 오길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와서도 혼자인 기분. 아이들과 홀로 놀이터에 나가 방방 뛰다가 가슴속이 뜨거워지고 불같이 화가 났다.
도대체 남편 너는 언제 가족과 있을 건데!!!! 왜 나는 이렇게 외로운 건데!!
괜한 불똥이 아이들에게 튀었다.
놀이터에서 느낀 이 또렷한 불행함이 당황스러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았는데, 사무치는 외로움이 도대체 적응이 안됐다.
놀이터에서 돌아와 나오지 못한 남편의 사정을 들어도 마음은 풀리지 않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족들 모두가 당황했고, 남편은 연신 변명했다.
막내는 "왜 우는데, 이유를 말해줘! 엄마도 나 울 때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잖아~~~"
첫째는 " 울어도 돼 엄마. 괜찮아. 엄마가 힘들었나 보다."
아이들 덕에 비로소 웃음이 났다. 울면서 그래도 마음의 화가 배출이 된 듯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외로움을 호소하며 늘 똑같은 사과와 위로를 받고, 다시 한번 눈물을 훔치고,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한다.
둘째가 자기 전 감사한 일을 말하는 시간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단다. 하늘이가 울고 떼쓰고 화내고 해도 '착한 아이'였나 보다고, 울면 안 돼 노래를 부르며 얘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둘째가 깨달았다는 듯 말한다.
"엄마, 왜 어른에겐 산타가 안 오시는지 알았어. 왜냐면 어른은 아이들을 혼내잖아!!"
맞네. 맨날 화내고 울고 짜증 내는, 감정처리가 미숙한 엄마라 미안함만 더한다.
나는 외로웠던 아이 같다.
생계가 바빴던 부모님 밑에서, 터울이 컸던 형제들과 함께 지낸 터라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었다. 가족끼리 이벤트도 별로 없었고, 지금의 나처럼 하루하루 허둥지둥 지내버렸다.
십 대 이십 대를 공허함을 채우려 친구에, 술에, 연애에 매진하며 살았다. 삼십 대에 비로소 신앙이 재정비되고, 가족을 만나고, 아이들과 지내며 공허함 따윈 잊은 채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일이 좋았구나.
회사에서 혼자 하는 일보다, 독서지도사로 사서로 일하면서 '공유'하는 느낌이, 채워지는 느낌이 좋았다. 글을 쓰며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
나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거구나.
외로운 일상에 구석구석 '함께'일 수 있도록 삶을 기획해 봐야겠다. 일터도, 가정도, 어디에나 함께할 이는 있다. 먼저 다가가고 손 내밀고 따뜻해져야지. 외로운 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아마도 내년에도 남편은 바쁠 것이고, 아이들은 한 해 더 성장해 있겠지. 작년까진 엄마 아빠가 주축이 되어 트리를 꾸몄지만, 올해는 아이들끼리 트리를 꾸몄듯이, 내년에는 아이들이 주도하는 성탄이 되리라.
도서관처럼 가족행사의 루틴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준비하고, 내일 치워버릴지언정 오늘 '함께' 기쁜 그런 성탄이 되도록, 바쁜 일정을 잘 정리하고 우리끼리의 기쁨 성탄을 준비해 보리라.
남편 너는, 알아서 끼든지 말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