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똑같은 수서를 해도, 주제별로 나라별로 편중되지는 않았는지, 상을 탄 작품이더라도 학생들에게 유해한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책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지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 머리가 복잡했다.
첫 해에는 여러 기관의 추천목록들을 그저 선착순으로 잘라 학교에 들였기에, 막상 들이고 보면 너무 어려워 학생들의 손이 전혀 가지 않는다거나, 학생들이 보기엔 난해한 내용들이 있어 아쉬움이 컸다. 올해에는 좀 더 꼼꼼하게 골라봐야지.
행사도 좀 더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고, 한 줄이라도 써볼 수 있는 구성으로 기획하려고 했다. 작년에는 재미와 흥미위주의 이벤트가 많아, 아이들은 북적였지만 책에는 얼마나 가까워졌을지 모르겠다.
올해의 도서관에는 항상 클래식이 흐르고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며, 선생님과 학생들의 책 추천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도서관이 한산하다.
작년에는 행사만 하면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올해는 늘 오던 아이들이 꾸준히 참여한다.
작년 학생들은 우르르 몰려왔지만 책을 읽고 쓰는 일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고,
올해는 늘 오던 애들이 모든 이벤트에 참여한다.
읽고 쓰든, 퀴즈를 풀든, 대출을 하든 상관없이, 도서관 모든 이벤트는 내꺼다 싶은듯이.
도서부 아이들도 달라졌다.
작년에는 3학년 아이들이 땡하고 달려와 수다의 장을 펼쳤는데,
올해는 1학년 아이들이 땡하면 찾아와 할 일이 없는지 기웃댄다.
작년에는 3학년 아이들이 도서관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매시간 들여다보고 가곤 했는데,
올해의 3학년은 제 봉사시간 외에는, 그나마 그 봉사시간에라도 오면 다행이다.
신간이 들어와 일이 많아도, 이벤트가 많아 바빠도, 제 봉사시간이 아니면 하면 안되는 줄 안다.
같은 학교인데도 참 달랐다.
다른 학교, 다른 학년에 가면 얼마나 다를까?
오픈톡방에 오가는 이야기들을 보면, 나도 어느새 10년 이상의 경력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온갖 사건사고들이 톡방을 오간다.
강사들이 급여에서부터 어떤 책을 추천할지, 어떤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지, 공문서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톡방으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이렇게 사서의 일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대학원에도 진학해 보고 싶었다. 물론 강사라는 자리의 불안정성 때문에 보다 자리가 안정적인 교사 자격증을 따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사서라는 직무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맞는 책을 추천하고, 학교도서관에 맞게 선별하여 수서하고, 그것들을 볼 수 있게 기획하고, 책을 읽고 쓰는 교육을 하고, 그것을 넘어 인공지능, AI 시대에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될 것 같다.
그렇긴 한데,
왜 원서 넣기는 고민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