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친구들은 주제수업이란 시간이 있다.
한 가지 주제를 탐구하는 시간인데, 한 선생님이 '성'에 관련된 주제로 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20권가량의 책이 필요했는데, 생각보다 양질의 책이 없어 부랴부랴 수서하여 2차 신간도서로 입고했다.
때마침 성교육 관련 도서가 포함되어 있는 300번대 분야의 독후활동을 이벤트로 진행하던 때였다.
어떤 학생이 책을 반납했고, 옆에서 다른 친구가 외쳤다.
"선생님 얘 이상한 책 봐요!!!!"
"응?"
제목을 보니 [이 책은 성교육 책이 아닙니다]라는 책이었다.
무슨 책이지?
별생각 없이 책을 휘리릭 펼쳐보았는데,
다양한 체위의 섹스 자세들이 그림으로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나는 너무 깜짝 놀라 그 책을 폐기하고자 데스크 안쪽 책수레에 따로 두었다.
다른 선생님께도 이 사건을 이야기하니, 애들 알 거 다 안다는 듯 놀라지도 않았다.
그 책의 소개를 보니, 교육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실제 성행위 때 꼭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어떻게 이 책이 중학교 도서관에 들어왔을까....
며칠이 지나고, 따로 두었던 문제의 책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책 대신에 why 책이 얹어져 있었다.
누가 가져갔지? 서가에 다시 꽂혔나?
점심시간에 보니, 그 책의 소문이 아이들에게 퍼져 너도 나도 그 책을 도서관 구석에서 돌려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니 아이들은 뭔가 나쁜 짓을 한 것만 같다며 주섬주섬 일어나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서둘러 책을 수거하여 따로 빼두었다.
벌써 이렇게나 관심이 많다고?
이런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봤다고 하면 부모님들의 항의가 얼마나 빗발칠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고지식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친구 따라 처음 야동을 접한 때가 나는 고등학교 때였는데..
이제는 중학교란 말인가?
아이들에게 어떤 성교육을 해야, 바르고 건전한 성문화를 배울 수 있을까.
출간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학교에는 없는 추리소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신간으로 들였다. 선생님의 희망도서이기도 했고, 많은 작가들이 언급했던 소설이라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던 차라, 퇴근길에 책을 들고 나왔다. 볼 만한 드라마를 섭렵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려는 시즌이었다.
버스에 앉아 첫 장을 펼치는데,
시작부터 섹스 후 사정을 하며 느끼는 남자의 생각들과 원조교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 그래서 이 유명한 스테디셀러가 학교에 없었구나.....
유명하다고, 제목이 그럴싸하다고, 상을 탔다고,
무작정 도서관에 들이면 안 되는 이유다.
중학생의 독서에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일까?
다 찾아 읽을 수는 없어도,
좀 더 꼼꼼하게 수서 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