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드디어 나온 그 말
사랑하는 내 딸에게
오늘은 2024년 3월 31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4월 1일이 되었구나.
자기 전 너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
나는 못생겼어
내 눈엔 멍이 있어
왜 짝짝이야
종이로도 안 가려지고 뭐로도 안가려지고 뭐로도 안 가려지고
안나가 내 눈이 이래서 안 예쁘댔어
내 마음이 따가웠어
하지만 내곁엔 엄마가 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어 네가.
언젠가 올꺼라고 생각했고 엄마는 마음의 준비를 했어.
눈 밑의 밀크반점과 이마의 밀크반점.
이 두가지는 네가 언젠가 물어볼거라고.
그건 쉽게 사라지지않아. 엄마가 미안해. 라고 힘없이 말하는 엄말 보며, 너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점은 작은 거잖아
라고 말하는 너의 목소리에는 너무 슬픔이 담겨서
만5세가 갖기엔 너무 큰 슬픔이 어려있어서
엄마는 놀라고도 놀라고 말았어.
네가 이렇게 많이 아파하고 슬퍼할 줄 몰랐어.
외모에 관심있는 너인데, 그리고 누구보다도 예쁘고 싶은 아인데.
엄마랑 아빠는 예쁘고 자긴 안 예쁘다는 아이...
그 이유가 그 점때문이었다니.
그리고 늘 긁는 몸 곳곳.
너는 모르지만 네 반점보다 더 중한 것은 시신경을 위협하는 섬유종들이겠지.
몸 곳곳 자리한 섬유종들을 생각하면
생각만하면 숨이 컥하고 막혀서 엄마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진다.
어떻게 너한테 설명해야할까.
어떻게 너를 위로해야하고
어떻게 너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까.
생각보다 빨리 너는 성숙하고, 인내하고, 쉽게 엄마한테 말하지 않더라.
말하는 너의 눈에 고이는 눈물이 얼마나 네가 참아왔는지 알 수 있었어.
엄마는 네가 참는 아이라는 걸 알아버려서 슬펐어.
친구들은 없는 얼굴의 반점에 얼마나 힘들어하는 알았지만,
너는 강한아이라고 내겐 누구보다도 예쁘고 귀엽고 귀한 아이라고 아무리 속삭이며 재워도 너의 슬픔이 결국 내게 사무치게 닿은 날이라서...
이제 내일이, 모레가, 우리의 미래가 너무 무섭고 겁이 나는 밤이다.
용기있을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우리가 울더라도 같이 울 수 있을까.
제발 네가 슬퍼하더라도 엄마 품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면서 실컷 슬퍼했으면 좋겠는데.
혼자서 삭히는 짓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어느새 너를 알아버렸어. 겨우 다섯 해를 꽉 채워 산 아이가,
할 말과 못할 말을 구별하며 꾹꾹 저금통마냥 채우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네 손을 잡을께.
그러니까 제발 슬플 땐 슬프다고
친구들이 미울 땐 밉다고 말해줘.
최선을 다해서, 너와 함께 할께.
사랑하고, 응원하고, 사랑해.
엄마도 아빠도 너를 위해 평생의 완충제가 되어줄께.
너의 슬픔이 언제 닿아도, 돌팔매질을 하든 파도처럼 밀려오든 다 맞아도
엄마는 그 감정을 가슴으로 묻을 수 있는 갯벌같은 사람이 될께.
부디 우리가 같이 행복해지길.
자주, 잦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