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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바라 May 19. 2023

스마트스토어를 접기로 했다.(1)

내 사업만이 살 길이다!

  인기 유튜버가 하는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아주 아주 평범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한 사람들이 대단히 능력이 뛰어나거나 의지가 강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절대 아니라고. 내가 겸손하거나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건 팩트다. 라는 말.


뒤통수를 무지무지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영상을 본 날 나는 바로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고,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그 날부터 키워드 찾고 상품 등록 하고 도매사이트란 사이트는 다 가입하고 네이버 쇼핑 키워드를 찾아주는 사이트에 유료 가입했다. '크몽'에서 로고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스토어의 로고 디자인까지 만들었다.


 자기 전에는 스마트스토어 관련 영상들을 봤다. 유튜브도 보고, 유료 강의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특성 때문에, 스마트스토어로 몇 천, 몇 억, 몇 십억까지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왔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나이대는 다양했지만, 20대가 많은 것이 충격이었다.


  스마트스토어로 첫 두 달만에
매출 4,000만 원 달성!

이런 타이틀이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았다. 몇 달이나 몇 년동안 꾸준히 노력한 것이 아니라, '첫 두 달'만에 달성했다는 것 때문이겠지. 심지어 스마트스토어 두 달 운영한 경험을 갖고, 유튜브 하고, 블로그 하고, 전자책 만들어 팔고, 인당 20만 원씩 받고 유료 강의를 하는 대학생도 있었다.

정말 요즘 세상에는 돈 버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구나.


그런 영상들을 보면 늘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뭘했나?'란 후회와 자책으로 끝을 맺게 된다.


하지만 비범하지 않은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잖아. 실패와 성공은 한 끗 차이라잖아.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 때까지 해보는 거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지. 믿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그 동안 나에게 '자영업자'는 불안정하고 쉬지 못하고 일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조그만 사업 하나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15년차 직장인인 나와 남편의 수입을 우습게 뛰어넘는다는 것을.

'조그만 사업'으로 순이익 2천, 3천 찍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의사나 변호사가 아닌 '조그만 사업'하는 사람들이 슈퍼카 동호회에 차고 넘친다는 것을.


그래, 사업을 하자! 내 사업을 하는 거야.
사업만이 살 길이다.

 밤늦게까지 상품 등록을 하고, 광고를 세팅하고, 유입이 왜이렇게 안 될까 새벽까지 고민 하다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에 대학생 때 같은 교회 다니던 언니가 나왔다. 그 언니는 치과 의사가 되었다고 들었다. (아마도 대학 졸업 후 치전대에 간 모양) 대학생 때는 둘 다 그냥 똑같은 대학생이었는데, 그 언니는 치과 의사. 나는 언제 잘릴 지 모르는 직장인.


그 꿈을 꾸고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과 마음이 물 먹은 숨처럼 무거웠다. 활활 타오르던 의욕과 열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세상이 온통 뿌옇고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잠깐 돌았었나?

사업자등록증 내고 스마트스토어를 차린 게 내가 아니고 내 안의 또다른 자아인 것 같았다. 심지어 나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더럭 겁이 났다.


스마트스토어 대표 오픈채팅방에서 들었던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이 떠올랐다.

상품 받은지 2주나 지났는데 필요 없어졌다고 배송비 포함해서 전부 다 환불해달라는 고객, 발주한 지 2주나 지나서 품절 통보해버리는 도매업체, 크고 작게 걸려오는 특허 소송들...

게다가 골치 아픈 세금 신고도 남아있다.


그녀(나의 다른 자아)는 정말 무자본 무재고로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시간과 열정을 갈아넣어도 될까 말까한 스마트스토어를 부업으로 하면서, 시간도 많이 안 쏟고, 남들과 차별점도 전혀 없이, 도매사이트에서 퍼 온 이미지 그대로 올려놓고 대박이 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고작 키워드 좀 찾고, 네이버 쇼핑 광고 좀 돌리면 유입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왜 처음부터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덜컥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다.

남들처럼 상세페이지에 온 정성을 쏟던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든지, 싸게 사입할 수 있는 도매처나 제조 공장을 찾든시장에 비벼볼 경쟁력 하나 없이 그냥 무턱대고 시작하지만은 않았을 거다.


일단 시작하자.
일단 저질러보면 뭔가 보이겠지.

'그녀'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집을 살 때도 그랬고, 미국 주식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일단 시작하자. 지금 당장!


누군가는 이런 나를 행동력이 있다고 평가했고, 또 누군가는 추진력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생각한다. 이건... 조울증이 아닐까?

경조증이었다가 토요일부터 우울증의 구간에 도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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