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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Apr 18. 2020

고유 명사로서 관계를 받아들이자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_최진석(위즈덤하우스)

세계, 사회는 무수한 관계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보편화된, 정의된 가치와 기준으로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이로인해 어떤 것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주관적 판단을 갖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라는 노래에서 사과의 색과 맛은 보편적으로 정의된 기준이다. 그러나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기준과 정의 속에서 살고 있다. ‘사과’라는 명칭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냥 사물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사과’를 알게 되었고, 교육을 통해 빨갛고, 맛있는 과일이 되었다. 누군가는 ‘청사과’를 더 좋아하며,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인가?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 많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야 하고, 남성은 힘이 세야 하고, 청년은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지 못 한 이들은 과연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것인가?      


“기준을 가지게 되면 구분하게 되고, 구분한 후에는 배제나 억압의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지향의 철학’의 실체론을 주장하는 공자는 ‘인(仁)’이라 불리는 인간의 본질을 긍정하고, 탁월하고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치론적 기준으로 세계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것을 우려한다. 그렇기에 노자는 인간의 내면성을 근거로 공자와 달리 자연의 존재형식을 통한 ‘사실 지향의 철학’인 관계론을 말한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이것이 생겨나므로 저것이 생겨나며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처럼 실체보다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노자의 관계론이다.     


“바라는 것과 바람직한 것 사이에서 빚어지는 엇박자 때문에 인생은 고달픕니다.”

우리는 세계, 사회가 정한 규범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국영수로 판별되는 인생의 분기점과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도리로 인해 자존감이 하락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노자는 귀천이 분명히 정해진 사회는 기준이 분명한 사회고 이런 사회에서 인간의 행동은 항상 강압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남의 말, 남의 글에서 배우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덧대어야 한다.     


“통치자가 어떤 신념을 고집하는 한, ··· 선(善)의 확신에 빠져 버리는 것이죠.”

노자는 관계론, 즉 이 세계는 대립되는 것과 반대되는 것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리더는 이 점을 철저히 자각하여 자신의 신념으로만 세계를 해석하지 않고,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집단적 이념을 만들어 놓고 개인을 거기에 통합시키기 보다는 자발적 개인들이 가작의 자발성을 발휘하여 자율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조직이나 집단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나타나는 조직문화, 자유노동과도 상당한 연계성을 갖고, 새로운 리더의 자질로 부각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절대적 기준, 상대적 기준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물론 책에서는 세계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상대적 기준과 가치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절대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절대적 기준이 나에게만 해당되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생각은 결국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또한, 사회라는 것이 개개인의 욕망을 어느 정도 절제해야 하는 과정에서는 우리는 공통의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어 개인의 자발적 참여는 어쩌면 유토피아적 상상이 아닐까 라는 우려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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