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볼링』_로버트 D. 퍼트넘(2016 개정판)
2015년 7월. 위즈돔에 일을 하면서 ‘사회적 자본’이란 말을 처음 알았다. 그 때는 회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함축적 단어로 생각했다. 다만 내 입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쓰진 않았지만 제안서나 보고서에서 자주 사용했다. 이후에도 내가 함께 고민하는 지인들이 ‘사회적 자본’이란 말을 쓰면서 익숙해져 갔다. 제대로 정의를 내리지도 못한 채 말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가리키는 말이다.’(p.17)
『나 홀로 볼링』은 1900년대의 미국사회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 자본’의 의미와 중요성을 말한다. 저자는 단체 회원 수, 참여율, 투표율 등을 토대로 ‘사회적 자본’의 지표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 지표와 미국 각 도시의 긍정적(법규 준수, 교육성장, 안전성 등), 부정적(범죄율, 사망률, 시민 폭력성 등) 사회 지표와 비교했다. 결과는 ‘사회적 자본’과 긍정적 사회 지표와는 비례하였고, 부정적 사회 지표와는 반비례했다. 즉,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는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한다. 내 삶의 중요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경험이었던 위즈돔과 제주청년협동조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느슨한 연결로 집단 지성, 공동체 형성, 정보 공유, 관심영역 확장 등을 나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주었다. 내가 경험한 두 곳 외에도 최근 느슨한 연결, 연대 등 ‘사회적 자본’ 쌓는 일을 자주 접한다. 저자가 말하는 ‘연계형 사회적 자본’은 지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다.
사회적 자본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첫째, 사회적 자본은 시민에게 집단적 문제들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셋째, 사회적 자본은 우리의 운명이 연결된 다양한 방식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힘으로서 우리의 처지를 개선한다.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네트워크는 우리의 목표를 손쉽게 달성하게 해주는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도관 구실을 한다.
사회적 자본은 심리적·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도 작용한다.
나는 사회적 자본이 우리를 더 똑똑하고, 건강하고, 부유하게 만들며 정의롭고 안정된 민주주의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책은 방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자본’이 교육, 동네의 안전, 건강 등의 우리 사회와 겪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임을 보여준다. 나 역시도 ‘사회적 자본’을 통해 많은 성장과 내 삶의 안전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가치관이 달라도 신뢰를 통한 네트워크는 내게 많은 기회와 정보를 주었고, 무엇보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움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은 경제적·사회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와 기회는 내가 하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내어 변화를 이끈다. 이런 경험은 공동체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준다.
언제가 이런 ‘사회적 자본’에 의한 혜택이 모두에게 공평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내가 다 노력한 만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저 ‘운’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온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교육, 사업장, 제도와 정책 등을 개선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를 제시했다. 그 중 시간제 근무와 팀 간 협업 등의 노동의 유연성은 나 역시도 중요하게 여긴 과제이다. 그리고 교육도 수동적 주입식 교육이 아닌 능동적 자기주도와 커뮤니티적인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이 과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와 정책이다. 그리고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 친화적인 기준과 국가적 토론이 우선다. 그 과정조차도 퍼트넘 교수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라 말한다.
나는 관계적 인간이라 자부한다. 많은 관계를 맺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많은 일의 시작과 과정, 결과에서도 관계를 중요히 여긴다. 그래서 『나 홀로 볼링』에서 말하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2015년부터 해왔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명확한 방향과 근거를 제시했다. 즉 나는 책에서 말하는 사회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활력 넘치는 공동체를 개인적으로 원한다고 해도 나 혼자만으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P.672). 이를 명심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앞으로 찾아갈 것임을 다짐해본다.
P.S.
‘사회적 자본’은 인간의 이타성에 기반한다. 최근 읽은 『휴먼카이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기성을 보여준 여러 실험과 상상의 잘못된 점을 짚고,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임을 말한다. 그리고 로버트 퍼트넘 교수도 ‘사회적 자본’이 주는 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신뢰 네트워크가 쌓인다면 인간의 이타성으로 보다 더 평등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 반박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시장중심의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성을 기반으로 제도와 정책으로 움직인다.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고 경쟁을 통한 능력중심사회. 이를 통한 불평등은 더욱 큰 격차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타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자본’을 쌓는 사회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