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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Nov 06. 2017

Bravo! 오 포르투 (Oporto)

여유가 목말랐다. 내가 그리웠다.

     작은 비행기 뒤로 내려가는 해 때문이었을까-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포르투가 처음이야?
그럼 내비게이션에 있는 길 말고 마투지뉴스 해안가를 따라서 포르투로 가볼래?
요금은 별 차이 안 날 거야"

호스텔로 데려다주던 우버 기사 아줌마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첫 포르투갈 방문이라는 데에 나보다 아줌마가 더 들떠있었고, 길어진 해 덕분에 저녁 9시가 다 되었을 즈음에서야 분홍색과 보라색과 붉은 계열의 모든 색이 섞여 한 폭의 그림이 된 하늘을 온 마음으로 다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예쁜 그림이 된 하늘을 보며 해안가를 보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포르투를 방문하게 된 데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그저 몇 달 전 방문했던 친구가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다며 추천했고, 마침 내가 방문하는 다른 도시와 가깝게 있었기에 겸사겸사 들리게 되었다. 포르투로 떠나기 직전까지 두 달 정도 무리해서 일을 한 탓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혼자 가는 첫 유럽여행인데도 미리 찾아볼 새도 없이 떠나, 포르투가 포트 (port) 와인의 주 생산지이고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쓸 당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곳이며 얼마 전 대대적인 도시 브랜딩이 있었다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저 멀리 보이는 아라비다 다리

     해가 저물어 가는 해안가를 따라 사람들은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혼자인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인 사람도 있었다. 파스텔 풍의 배경과 어우러져 아주 예쁜 가족영화의 오프닝을 보는 듯했다. 어딘가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 모두들 그렇게 본인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 멀리 아라비다 다리의 배경이 불긋하게 물들었을 때 호스텔에 도착했다.



     다음날 워킹투어 중, 동 루이 1세 다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우와-'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되었다. 다리의 웅장함에 감탄을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순간이었다. 포르투는 전혀 화려한 도시가 아니었다. 차가 다니기엔 좁지만 사람들이 다니기엔 충분한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박혀있는 골목길이 가득하고 그 골목길들과 건물들에는 끊임없는 벽화로 가득했다. 벽화가 없는 건물들은 특유의 색감을 가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우직하게 서 있는 동 루이 1세 다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우루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을 중심에서 받쳐주는 듯 보였다.


     여기 오기 전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나 빡빡한 두 달을 보냈는지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지난 두 달을 되돌아보는 것조차도 너무 힘이 빠져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하던 내가 그 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에 목을 매는 사람이 되었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보단 현재의 내가 더 소중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은 그저 포르투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처럼 매 순간에서 행복을 찾고 싶었다. 내가 너무 그리웠다. 다시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만큼 다시 붉어지고 싶었다

     그렇게 3박 4일을 끊임없이 골목과 벽화에 감탄하고 동 루이 1세 다리 위에서의 경관을 낮과 밤으로 즐기며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Una Nata, por favor'라며 맞는지도 틀린지도 모른 채로 떠뜸떠뜸 주문한 에그타르트로 요기를 하거나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 절인 대구요리를 먹고 포트와인을 마시는 생활을 했다.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포르투의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동화되길 바라며 나도 내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뜨겁고 습하기만 해도 모자를 8월인데 포르투는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이 가득했다. 1분 1초, 놓치기 싫은 순간들로 가득했다.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틈이 없었다. 그 모든 순간을 담아가고 싶었다.


     대부분의 생활을 도시에서만 하던 내 20여 년이 조금은 아쉬워졌다. 많은 시간을 빽빽한 아파트 단지에서 지냈고 빌딩 숲으로 가득한 곳에서 위험하고 어둑한 길은 무조건 피해가며 생활했다. 사람들은 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끊임이 없었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낯선 사람을 보면 웃음을 지어주며 도움을 청하기보단 사이비 종교를 제안하거나 납치하려는 건 아닐까 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다녀야 했다. 모두가 행복한 곳이 존재할 것이라는 내 믿음이 너무나도 약해져 나도 그 속에 동요하게 되어버리게 된 즈음, 나는 포르투에 오게 되었다. 마법같이.


     포르투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도시였다. 날씨도 완벽했고 사람들도 너무나 행복했다. 지루함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내가 계속해 바라오 던 삶의 모습을 그곳에서 만난 모두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이상으로만 생각하던 모두가 행복한 곳이 눈 앞에 펼쳐진 것만 같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순간의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내 방식으로 포르투를 즐기고 있었다. 내 마음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즐기는 내 모습을 그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해 줬다. 나의 리듬에 함께 웃어주고 춤추어주었다. 누군가가 내 믿음이 틀리지 않다고,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고 귓가에 속삭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도시를 이제야 찾았다니! 아니 이제라도 찾은 거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내가 본모습은 고작 3박 4일뿐이지만 언제 다시 돌아와도 행복과 친절과 사랑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추가로 올려보는 포르투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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