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괜찮아, 아주 잘 살아온 걸
첫 번째 직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럭키했다.
그리고 정말 재밌었다.
두 번째 잡지사는 딱 1년 정도 다녔는데,
임팩트 있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세 번째 잡지 출판사는 에디터가 아닌
브랜드마케팅팀 PM으로 입사를 하게 됐다.
매거진 편집장 및 수석 에디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TFT팀이었는데,
당시 대형 잡지사들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트렌드처럼 만들기도 했던 CP팀이다.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기업의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공개경쟁을 통해 수주하는
일종의 에이전시 같은 일을 한 것이다.
이곳은 아직까지도 국내 잡지 출판사로는 No.1 인 곳이다.
회사 네임드로써는 불만이 없었는데,
내부 조직 문화는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이곳에서 6년간 일하면서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정말 좋은 팀장과 선후배를 만나며, 또 파트너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커리어와 인생 통틀어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게 아마 지금 생각하면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
때는 바야흐로 한창 일하던, 30대 초중반?
이상하게도 머리가 계속 어지러웠다.
이게 잠깐만 약을 먹으면 낫는 게 아니라,
계속 어지럽다고 느껴지면서,
참을 수 없이 피곤하고, 컨디션이 나빴다.
대형 병원 위주로 진료를 받으러 가도,
뾰족한 병명이 없었다.
나는 하루빨리 이 증상을 뿌리 뽑고,
예전의 멋있는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 젊은 나이에, 원인도 모를 어지러움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좌절하던 시기였다.
이때 나는 정말 우연하게,
어느 한방 대학 병원의 교수님을 만나게 되고,
이 분과 함께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화를 나누며,
인생 공부를 하게 됐다.
앞만 향하여 저돌적으로 일하던 내가,
나를 뒤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잡지사 에디터가 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으면서,
수많은 경쟁으로 아주 노오~~ 력하며
힘주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나의 몸과 마음에는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
그전까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었다.
명함 하나가 모든 것을 대변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지만,
동시에 내 마음의 간절한 속삭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이긴 했지만, 아이도 정말 갖고 싶었다).
정말 용감하게, '퇴사' 버튼을 눌렀고,
그 이후 내 인생은 훨씬 더 만족스러운 나의 삶이 되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삶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나는 '완벽'이라는 단어를 아주 싫어한다^^.
퇴사 후 나는 남편과 함께,
아무런 목적을 두지 않고,
1년 정도 전국 여행을 다녔다.
그때 우리는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목적지 없는 자연스러운 여행을 했고,
그것은 우리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고 똘똘 뭉치게 해 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관점을 바꾸게 해 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때 산책과 요가, 자연이라는 리추얼을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으니,
삶에는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좋은 것 안에는 좋은 것만 있지는 않듯이,
나쁜 것에도 나쁜 것만 있지 않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