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당신자신의 것,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영화에 나오는 책을 보면 그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담겨 있는데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또한 그랬다. 여자 주인공인 민정의 손에 들려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이를 말해준다.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는 직장에서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신하게 되는데 그레고르가 변신하기 전과 후에 가족들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변신 전에는 따뜻하게 대하지만 변신 후에는 그레고르를 구박하고 소외시키고 어느 누구도 벌레로 변한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죽기를 바라고 가족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레고르 잠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던 가족들이 일자리를 구한 뒤에는 더욱 그레고르를 냉담하게 대한다. 이는 그레고르가 가족들에게 그저 생계를 담당하는 경제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민정을 변신(자신이 아니라고 우김)시킴으로써 민정, 나아가 인간 그 자체로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를 소유하게 될때 그 존재로서의 순수성을 얼마나 훼손시키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민정은 왜 그토록 영수가 싫다고 했던 '거짓말 하는'여자가 되기로 했으며(물론 거짓말인지, 혹은 민정이 아닌지 관객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민정이라고 믿는다), <변신>이라는 책을 계속 읽고 있었던 걸까? 영수에게 포획된 자신으로부터 도망감으로써 민정이 없는 상태 그 누구도 민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끌고가 그녀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의 끝자락에거 영수는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하는 민정에게 당신이 당신이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가져야 하는 아주 성숙한 태도를 홍상수 감독이 특유의 찌질함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난 뒤 계속 생각하게 된다. 너는 나의 무엇이며 너는 누구이며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나도 영수처럼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