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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May 10. 2020

'이태원 클럽' 보도, 혐오 부추긴 언론의 낙인찍기

불필요한 정보 넣고 '단독' 타이틀까지..."방역망 구멍 냈다" 비판도

'게이클럽'은 방역 보도에 꼭 필요한 정보였을까.


논란은 <국민일보>가 지폈다. 이 신문은 지난 7일 용인 66번 확진 동선을 보도하면서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서술했다. 제목은 '[단독]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의 한 클럽은 지난 6일 밤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확진된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2일 오전 0시 20분에서 3시 사이 방문했다"라며 "관할 보건소로부터 확진자가 이태원을 방문한 동선에 클럽이 포함됐다고 연락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해당 소셜미디어 공지 내용을 참고하면서 '단독' 그리고 '게이클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국민일보> 이후 쏟아진 기사들

<국민일보> 보도 이후 '게이클럽'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언론들은 <용인 확진자 방문 이태원 게이클럽... "남자들, 줄 서 있었다">(한국경제), <용인 확진자 '비상'… 게이클럽→제2 신천지 우려>(머니S), <게이클럽 다닌 용인 확진자... 함께 여행한 친구도 '양성'>(뉴스1) 등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확진자 사생활 침해는 물론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게이클럽'은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도 올랐다. 문제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언론의 '게이클럽' 단어 사용은 여전하다. 9일 현재에도 이 단어가 사용된 기사를 손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연이은 보도로 화제가 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태원의 한 클럽이 '게이클럽'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보도한 게 방역 관점에서 꼭 필요한 정보였는지 비판이 제기됐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클럽' 보도는 방역을 위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일보>가 업체명 대신 클럽의 성격을 드러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일보>가 성소수자 보도를 할 때 어떤 논조를 가졌는지 살펴보면 예상이 가능하다. <국민일보>는 기독교 계열의 언론이다. 

문제는 다수 언론이 그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보도하며 낙인을 찍은 상태에서 해당 클럽을 방문한 이들이 신속하고 투명한 진단 검사를 받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또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공개된 '아우팅'이라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언론보도,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7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자체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굳이 단독취재인 양 확진자의 동선을 전시하고 아우팅하고 확진자의 기록을 중계하다시피 한 <국민일보>의 보도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혐오선동의 극단"이라며 "경쟁적으로 확진자의 정보를 노출하는 태도는 질병의 예방과 방역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확진자의 성적지향을 공개하고 질병과 아무 상관없는 정보를 캐는 데 혈안이 된 언론의 태도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혐오에 질병에 대한 낙인을 더하는 것"이라며 "혐오를 바탕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질병을 음지화할 뿐, 예방과 방역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도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당일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접촉자 시민의 협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라면서 "<국민일보>의 보도는 아우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해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4월 28일 '감염병 보도준칙' 가이드를 제작·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감염병 기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감염인에 대해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은 물론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인에 대한 취재보도를 할 때 감염병 보도준칙의 준수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 국민일보>는 보도 이후 '게이클럽'이란 단어를 '유명 클럽'으로 수정했다. <국민일보> 보도가 낳은 논란을 통해 언론사가 감염자를 대하는 태도와 코로나19 관련 보도 행태가 방역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태원 클럽' 보도, 혐오 부추긴 언론의 낙인찍기 (오마이뉴스)

http://omn.kr/1njt4


해당 기사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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