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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ating Kabin Feb 25. 2024

내 자신의 얄랑한 오만함에 관하여

Spin off from Liquid Love

오늘은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Liquid Love의 챕터 1을 열 몇페이지 가량 더 읽고, 어제 단어를 찾고 기록하였던 책의 첫 부분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역시 만만한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기록했던 부분조차 다시 한 번 읽어도 아리송한 문장들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머리를 긁적이며 여러 번 힘겹게 읽었던 어제에 비해서는 어려운 책 독파하기에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다만 짧디 짧은 독서의 과정에서 나는 내 속에 잠재하던 얄량한 오만함을 발견하였는데 오늘은 그 점에 대해 반성하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어제와 오늘, 나는 도합하여 30페이지 안팎의 아주 얇은 분량을 읽었다(30장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읽은 내용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백프로 이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난 고작 그정도 분량을 읽어 놓고선 마치 내 자신이 갑자기 똑똑해진 마냥, 현자가 된 마냥 혼자서 뿌듯해 하고 있었다! 한동안 안하던 독서를 처음으로 몇 시간이나 해낸 것에 대해 불쑥 보상 심리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참 흥미로운 것이 나는 내 뇌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으니 지능이 꽤 좋아졌을 거라 생각하며 흡족해하는 내 모습이 마치 하루 이틀 헬스장을 다니고 거울 앞에서 벌써 배가 들어간 마냥 또 다리가 탄탄해진 마냥 포즈를 취하는 것 같이 느껴져 그렇게 우스울 수가 없었다. 그 우스운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제일 먼저 ‘이것이 자청이 말한 자의식인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으며, 두 번째로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어리석고 얄랑하게 살아온 것일까’하는 자조감이 들었다. 오만함을 조우하며 살며시 고개를 내민 이 궁금증과 자조감이 내 자신을 자기 객관화의 과정으로 이끌어주기를 희망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목표를 이룬 내 자신이 현재의 나처럼 어리석지 않기를 바랐다.


성장이란 참 어렵다. 나는 인간은 누구나 성장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선 반드시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라는 신세한탄을 동반한 여러 가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뭉뚱그려 성장통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몇 번씩이고 신세한탄을 하게끔 하는 골치 아픈 성장통을 합리화 하고자 ’나의 이 숭고하고 대단한 성장의 과정‘에 대한 보상을 찾으려 한다. 내 경우에는 이렇게나 힘든 것을 굳이 찾아서 하는 나의 이 행위가 바로 내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임을 증명하려고 들었다. 물론 어떤 과정을 막론하고 보상, 즉 긍정적인 피드백은 행위를 하는 개체로 하여금 정신적인/물리적인 장해에도 불과하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도록 조력하기도 하지만, 나는 남에게서 인정을 바라고 내 자신이 남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성장에 있어서 제대로 된 보상이라기보단 오히려 내 자신이 오만해지고 헛똑똑이가 되게끔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의 오만함에 반성하고자 두서 없이 생각을 써 내려가다 보니 처음 목표했던 것보다 글이 길어졌다. 다섯 시간의 긴 비행을 끝으로 내가 탄 비행기도 슬슬 착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나에 있는 3일 동안, 내 자신이 쓸데 없이 독서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신적인 탈선 없이 계속해서 Liquid Love를 읽어나가며 건강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음 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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