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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Dec 23. 2021

잃어버린 감정들.

어떤 상황에 처하면 더 급한 것들을 붙잡고 

덜 중요한 것들은 놓아줘야 할 순간이 온다. 


그 판단마저 내가 할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내 손에 남겨진 무언가를 보며

결국 내가 그렇게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한해를 지나며 올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아젠다는

'이너피스 - 내면의 평안' 이었다.

오랜 시간 지속해온 일과 관계들, 그로인해 쌓여진 찌끼가 

온 몸에 독소로 차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내 안의 독소가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루는 긴데, 한달은 짧은 그런 시간들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고, 비용을 메꾸며 지내왔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아득하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도 많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인한 외로움도 많았는데 

올해라는 이상한 시간을 지나며 

그리움도, 외로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누군가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거나 

혼자여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망원경의 좁은 렌즈에 눈을 가까이 대고

내 시선과 시야를 아주 최소한으로 좁게 만들어서

오직 가족과 나, 내 상황, 내 감정만 바라봤기에 

그토록 바라던 내면의 평안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 혹은 감정들을 잃어버린 듯 하다. 


태안 바다 / Leica M10 Monochrom


오랜 시간이 흘러 

2021년도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20211223.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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