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 처하면 더 급한 것들을 붙잡고
덜 중요한 것들은 놓아줘야 할 순간이 온다.
그 판단마저 내가 할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내 손에 남겨진 무언가를 보며
결국 내가 그렇게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한해를 지나며 올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아젠다는
'이너피스 - 내면의 평안' 이었다.
오랜 시간 지속해온 일과 관계들, 그로인해 쌓여진 찌끼가
온 몸에 독소로 차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저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내 안의 독소가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루는 긴데, 한달은 짧은 그런 시간들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고, 비용을 메꾸며 지내왔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아득하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도 많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인한 외로움도 많았는데
올해라는 이상한 시간을 지나며
그리움도, 외로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누군가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거나
혼자여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망원경의 좁은 렌즈에 눈을 가까이 대고
내 시선과 시야를 아주 최소한으로 좁게 만들어서
오직 가족과 나, 내 상황, 내 감정만 바라봤기에
그토록 바라던 내면의 평안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 혹은 감정들을 잃어버린 듯 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2021년도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
20211223.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