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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는 혼인서약서 그리고 셀프축가

by 노다해


결혼식이 단순히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무미건조한 행사가 아니기를 바랬다.

또 결혼식이 단순히 우리 가족의 행사가 아니기를

하객분들에게도 단순히 와서 밥만 먹고 가는 일정이 아니기를 바랬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식을 좀 더 의미있게

우리의 이야기과 색깔을 담은 행사로 꾸리고 싶었다.


신랑신부가 서로를 소개하며

왜 서로와 결혼하는지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혼인서약서도 재치있게 꾸미려고 했다.


축가는 신부와 신랑이 직접 한 곡씩 불렀다.

나는 이소라의 청혼을 불렀고,

남편은 Day6의 Welcome to the Show를 불렀다.


남편이 고른 노래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가사가 참 좋았다 :-)

그리고 하객분들과 함께 떼창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흥을 돋구는데에 딱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닭인형 던지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결혼식을 마무리 지었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나를 봐온 교회 어른들은 '다해스러운 결혼식'이라는 평을 남겨주었고,

다른 하객 분들도 모두 재미있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



output%EF%BC%BF3496264675.jpg?type=w1 기획자의 의도를 꿰뚫어 본 결혼식 후기



1) 신부의 신랑 소개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신부 노다해 입니다. 이 자리에 정말 많은 분들이 모여주셨어요. 제가 정말 갓난 아기일 때 부터 저를 봐오신 분들도 계시고, 또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된 분들도 계셔요. 저를 오래 전부터 알던 분들은 제 결혼 소식을 듣고 많이들 놀라셨을거에요.


부평교회에서 오랜 시간 목회를 하신 강봉기 목사님은 제 결혼 소식을 듣더니 “천하의 노다해가 결혼을 한다니!”라며 놀라셨어요. 제 중학교 친구인 호경이는 “네가 관습의 굴레에 제 발로 들어가다니 놀랄일이다”라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어요. 이 즈음 되면 신랑쪽 하객 분들은 신부가 이상한 사람은 아닐지 슬슬 걱정되기도 하실텐데요.


저는 우진이가 아니었다면 결혼을 안했을 아니 못했을 것 같아요. 한마디로 임자를 만난 셈이죠.


저는 겉으로는 활기차고 자신감 넘쳐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걱정이 많고 불안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우진이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어요. 저는 감정적으로도 쉽게 오르락 내리락하는데요, 우진이가 옆에 있으면 10만큼 화날 일도 1-2에서 그치고, 우울감에 깊게 빠지려다가도 우진이가 나눠주는 온기 덕분에 기분이 얼어버리지 않아요. 이런 우진이가 제 곁에 있어서 참 감사하답니다.


사실 결혼을 앞두고서도 저는 걱정이 되었어요. 저희가 올해로 만 33세인데요. 요즘 평균 수명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앞으로 대략 70년을 같이 산다고 선언하는건데,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두 배 보다도 더 긴 시간을 한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하자니, 내가 과연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걸까 부담이 됐어요.


그런 마음을 우진이에게 털어놓으니 우진이는 이렇게 답했어요. 제가 없으면 우진이랑 놀아줄 사람 없다며 옆에 있어 달라고, 우진이는 제가 필요하다며 흔들리는 제 마음을 붙들어 매었어요. 이렇게 마음이 넓고 안정적인 우진이 덕분에 저도 조금씩 마음의 힘을 기르고 있어요.


저는 우진이 덕분에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더라도,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즐겁고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우진이랑 놀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이런 사람을 만났으니, 임자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앞으로도 우진이랑 같이 재미있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오늘 귀한 발걸음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주말 아침에 먼 길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남은 결혼식도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



2) 신랑의 신부 소개


안녕하세요 여러분 신랑 정우진입니다. 저희의 첫 걸음을 축하해주러 와주신 하객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다해와는 중학교 1학년 때 학원에서 만나 알고지내다 20살 되자마자 제가 고백했는데요 1년정도 만나다가 차인 가슴 아픈 첫사랑입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가슴 뜨거운 끝사랑이기도 합니다.


다해는 물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똑똑이예요. 덕분에 제가 어떤 과학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줘요. 거기에 우리 다해는 예쁘기까지 해요. 다해와는 과학을 비롯해서 대화 주제의 3대 금기로 여겨지는 정치 종교 젠더까지 어떤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얘기하다 잠들기도 해요. 보통 제 역할은 응 맞아 정말? 정도 뿐이지만 말이에요. 하하


무엇보다도 다해와 저는 가치관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분노 포인트도 잘 맞는답니다. 다해와는 달리기나 자전거 등 운동도 같이 할 수 있고, 식성도 비슷해요. 가끔 다해가 저보다 더 잘 먹을 때도 있어서 놀라기도 한답니다. 거기에 저랑 같이 게임도 해줘요. 게임으로 구박하지 않는, 최고의 아내입니다 하하


이렇게 잘 맞지만 또 한편으로 저희는 지금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이 싸우고, 또 논쟁하며 타협점을 찾았어요. 지난한 과정 끝에 대화가 잘 맞는 첫사랑과 결혼하다니, 제게는 이 모든 일이 우주가 탄생할 확률만큼이나 기적같이 느껴져요.


저의 우주이자 오늘의 신부 다해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3) 혼인서약서


신랑: 오늘 저희를 축하해주기 위해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부: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의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신랑: 첫째, 아내가 하는 말은 일단 듣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신부: 해도 안되면 또 말하겠습니다.


신랑: 둘째, 싸우면 제가 먼저 사과하겠습니다.

신부: 남편이 사과하면 무조건 받아주겠습니다.


신랑: 셋째, 아내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항상 같은 편에 서겠습니다.

신부: 이제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겠습니다.


신랑: 이제 아내 차례입니다.


신부: 첫째, 남편이 먹고 싶다는 음식은 뭐든지 만들어주겠습니다.

신랑: 독이 들었을지라도 일단 먹겠습니다.


신부: 둘째, 남편이 답답해도 한 번은 참고 두 번째에 화내겠습니다.

신랑: 한 번 말 할 때 바로 고개를 들고 따르겠습니다.


신부: 셋째, 남편에게 시킨 일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신랑: 잔소리하지 않게 처음부터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신부: 좋은 점은 더 아끼고, 부족한 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신랑: 오늘 이후로도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하겠습니다.



4) 신부셀프축가

https://youtu.be/vOjDK9kPNBI?si=_TaA5SWpC9svak3H




5) 신랑셀프축가

https://www.youtube.com/watch?v=J25Zri4aSvM&t=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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