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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샐러드

by 노다해

유난히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이 있다. 오늘 아침이 그러했다. 알람을 듣고 일어나 부시시한 채로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계속해서 내가 부족했던, 내가 잘 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미 1년도 더 지난 일들도 있었다. 이렇게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를 때면 중학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망쳤던 때가 떠오른다.


중간고사 때 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데, 기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마침 집에는 손님이 와 계셨는데, 엄마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엄마는 기말고사를 보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놓았다. 나는 감자샐러드를 식빵에 싸먹기 좋아했지만, 부루퉁한채로 그냥 그렇게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기분이 조금은 풀렸는지, 일어나서 감자 샐러드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고, 그런 순간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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