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갈라진 복도의 끝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날들

by Helia

그리고 오늘,
나는 학교에
남아 있었다.


현숙은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바닥을 닦으며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걸레를 물에 적셔 짜는 손길은 느리고 일정했다.
바닥 위에 남은 물기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얇게 번졌다.
책상다리 사이를 밀고 지나갈 때마다
고무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자꾸 다른 소리를 데려왔다.
병원 복도의 소리였다.

아빠와 엄마를 태운 수술대의 바퀴 소리가
복도 끝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던 순간.
같은 밤, 같은 집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병원에서는 길이 갈라졌다.
하나는 오른쪽으로, 하나는 왼쪽으로.
그 갈래는 다시는 겹치지 않을 것처럼 멀어졌다.
현숙은 그 소리를 끝까지 듣지 못했다.
의료진의 짧은 지시,
급하게 오가는 발걸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자신의 숨.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두 방향은 동시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몸 안쪽에서 너무 조용한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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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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