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사라진 숨의 흔적

텅 빈자리

by Helia

그 순간,
해윤은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다.
사진 속에서 먼저, 현실이 뒤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정이현의 등 뒤, 어깨에 닿을 거리에서 어둠이 형태를 갖췄다. 사람의 윤곽을 빌렸지만 사람의 무게는 없었다. 빛을 피하는 대신, 빛을 삼키며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윤의 시선이 굳었다.
그리고—
움직였다.

“뒤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기가 갈라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정이현의 가슴을 향해 떨어졌다.
망설일 틈은 없었다.
해윤이 그를 밀어냈다.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충격이 꽂혔다.

숨이 단번에 끊겼다.

형태는 없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감각이 심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리가 풀렸다.
몸이 기울었다.
정이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해윤—!”

그가 해윤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그가 해윤을 안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빛이 번졌다.
소리가 멀어졌다.
손끝부터 감각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때,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이었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유지하지 못한 채 일그러지고 있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깊은 어둠만 고여 있었다.
그것이 말했다.
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바로 떨어졌다.
—경고했다.
—그를 사랑하면, 네가 죽는다고.
해윤의 숨이 흔들렸다.
입술이 겨우 움직였다.

“알고 있었어…”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정이현의 손이 떨렸다.

“왜— 왜 이런—”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해윤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를 바라봤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그 얼굴만은 선명했다.
기억이 겹쳐졌다.
다른 시간.
다른 이름.
그러나 같은 눈.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
해윤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 이헌아.”

그 이름이 떨어지는 순간,
정이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막혀 있던 기억이 터졌다.
억눌려 있던 시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의 손이 더 강하게 해윤을 붙잡았다.

“해윤—”

목소리가 무너졌다.
해윤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의 뺨에 닿았다.
희미한 온기.
곧 사라질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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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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