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틈이 난 자리
내 마음에서 떨어진 조각. 그것도 아무 감정 없는 조각. 저는 그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은빛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동안 숨조차 쉬지 못했어요. 마치 오래 숨겨두었던 진실이 먼저 제 손을 잡아버린 것처럼요. 심장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려앉았어요. 왜 지금 떨어진 걸까요? 왜 루루와 쿠쿠에게서만 보이던 조각이 이제야 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저는 두려움이 아니라… 더 깊고 오래된 무언가가 건드려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미미… 그거 혹시 너의… 마음이야?” 쿠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저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어요. 대신 은빛 조각의 표면을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감정이 없어야 할 조각인데, 이상하게 제 손바닥 위에서 조용하게 숨 쉬는 것 같았어요. 루루가 제 곁으로 다가왔어요.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어요. “저처럼… 슬픈데도 웃어야 했던 적이 있었나요…?” 그 말은 제 마음을 정확히 찔렀어요. 똑— 하고 오래 묶여 있던 기억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요.
저는 눈을 감았어요. 예전의 제가 떠올랐어요. 아무도 모르게 숲길에 앉아, 슬픔이 바람과 함께 흘러가기를 기다리던 작은 고양이. 울고 싶었지만 웃어야 했던 그 밤. 그때 떨어졌을지도 모를 작은 조각이, 그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지금 제 발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바느질집 전등이 미세하게 흔들렸어요. 바람도 없는데, 실 하나가 긴장처럼 공기를 잡아당긴 느낌이었어요. 쿠쿠와 루루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봤어요. 그때였어요. 문틈 아래로 은빛 조각 하나가 툭— 굴러 들어왔어요.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데요. 그 조각을 들어 올리는 순간 알았어요. 이건 루루의 것도, 쿠쿠의 것도, 제 것도 아닌… 완전히 낯선 마음이었어요. 냄새는 차갑고, 오래되고, 마치 빛을 한 번도 머금어본 적 없는 그늘 같았어요.
“미미 선생님… 또 다른 아이인가요?” 루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야… 이건 숲에서 온 마음이 아니야.” 문틈으로 스며드는 공기가 이상했어요. 숲의 향도, 이슬도, 바람도 아니라… 어디선가 잘못 꿰매진 천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듯한 텅 빈 냄새. 숨을 들이마신 순간, 등줄기가 차갑게 흘러내렸어요.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음 자체’가. 저는 바늘을 조용히 움켜쥐었어요. 손끝이 떨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어요. 누군가 저를 찾고 있어요. 그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두 아이에게 속삭였어요. “괜찮아. 어떤 마음이든… 우리가 함께 꿰맬 수 있어.” 그러자 루루가 제 옆에 바짝 붙었고, 쿠쿠가 제 앞치마를 손끝으로 꼭 잡았어요. 작은 손인데도 따뜻했어요. 그 온기가 제 떨림을 조금은 잡아주었어요.
저는 문손잡이를 잡았어요. 손바닥이 차가웠어요. 문 너머에서 오는 기척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 울음은 분명 저를 필요로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천천히 문을 열었어요.
문 앞에는 어둠이 아니라… 비어 있음이 서 있었어요. 새벽안개도, 풀잎도, 바람도 없이—말 그대로 ‘텅 빈 색’이 서 있었어요. 그리고 그 빈색 속에서, 마치 꺼져가는 촛불처럼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 도와줘요. 제 마음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 목소리는 말랑숲의 어떤 동물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순간, 제 손 안의 은빛 조각이 아주 작은 금을 내며 흔들렸어요.
제가 꿰매야 할 마음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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