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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봄이 남기고 간 첫 번째 질문

by Helia

그렇게 새로운 봄이 태어났다. 하지만 봄의 빛이 환해질수록, 아기 두꺼비의 마음속에는 아직 녹지 않은 겨울의 그림자가 가만히 남아 있었다. 함께 찍힌 작은 발자국의 주인이 옆에 있음에도, 세상은 넓고 낯설었고 그 넓음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겨울 동안 등껍질 안쪽에 얼어붙은 침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옆의 작은 두꺼비는 조용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먼저 발끝을 내딛는 아이였다. 그 미세한 용기는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두꺼비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냈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공기가 둘 사이에 고요히 흔들렸다.

모래 위에 남은 발자국은 바람에 쉽게 지워질 만큼 여렸지만, 그 여림이야말로 지금 두 생명의 진짜 모습이었다. 두꺼비는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봄의 물은 겨울과 달리 차갑지만 잔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다’는 감각을 온몸에 새기게 하는 차가움이었다. 물가로 가까이 갈수록 흙냄새와 이끼 냄새가 섞이며 코끝을 간질였고, 부드러운 흙이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작은 두꺼비는 살짝 겁먹은 눈으로 두꺼비를 바라보았지만, 그 눈 속에는 호기심이 겨울꽃처럼 단단히 피어나고 있었다. 그 눈빛 하나가 두꺼비의 발끝을 앞으로 움직이게 했다.

물에 닿는 순간, 둥근 파문이 생겼다. 두꺼비는 그 파문이 점점 커져 하늘을 삼키고 다시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파문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두려움이 사라져서 걷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걷기 때문에 길이 생기는 거구나.’ 물속에서 작은 두꺼비가 함께 발을 담그자, 두 개의 파문이 서로 부딪혀 더 큰 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원은 봄을 향해 조용히 퍼져갔다. 그것이 두 생명의 두 번째 시작이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물 위로 일렁이는 금빛 조각이 두꺼비의 등을 어루만졌다. 겨울에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이었다. 그는 흙과 물과 햇빛이 뒤섞인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하늘은 높았고, 새들은 분주했으며, 숲의 그림자마저 어딘가 부드러워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물가 너머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었다. 두꺼비는 몸을 멈췄다. 작은 두꺼비도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물결 아래에서, 무엇인가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봄의 온도와는 다른, 계절의 틈새에서 흘러나온 듯한 낮은 떨림이었다.

두꺼비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단순한 물의 흔들림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봄이 그들에게 조심스레 던진 첫 번째 질문처럼 느껴졌다. ‘너희는 이 너머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니?’ 두꺼비의 심장이 조용히 쿵 하고 뛰었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우리… 조금 더 가보자.” 그 말은 바람에 실려 연못의 저편으로 흘러가더니, 마치 누군가에게 닿으려는 듯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물아래에서 아주 작은 금빛 점 하나가 반짝였다. 두꺼비는 숨을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끝에 다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새로운 발자국의 계절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그 계절은 두 생명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다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들은 아직 모르는 세계의 문턱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문턱의 아래에서 움직이던 금빛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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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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