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3~20200109
병원 일기 16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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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일기 15를 쓴 월요일은 끝내 병원에 가지 않았고 화요일 병원을 찾아갔다.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후였는데,
형님은 보호자 침대에 누워서 곶감을 먹고 있었다.
며칠만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병문안(?)을 했다.
병원에서 먹고 자던 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행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
몸은 이제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는 것은 분명했다.
그날도 재활병원을 한두 곳 더 알아보았다.
조금 놀라웠던 건 형의 진단명으로는 재활전문병원 입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재활요양병원은 가능했지만.
형님도 굳이 재활병원 입원까지는 필요 없다고 느끼는 듯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대신 이곳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기로 했다.
+
오늘 오전 집에 있을 때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드디어 의사가 퇴원을 이야기한 때문이다.
'월요일쯤'으로 이야기했단다.
오후에 병원을 찾아갔다.
1주일 더 있다가 퇴원하는 것이 어떻냐는 내 의견에
형님은 그렇게까지 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다음 주 중,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퇴원하기로 했다.
그다음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디에 머물 것인지, 우리 집? 형님 집?
곧바로 일상? 며칠이라도 여행?
일요일이나 월요일 다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그리고 난,
불금 저녁에 영화 '백두산'을 보러 왔다.
혼자서.
병원 일기 마지막 회
20200109
오늘 형님이 퇴원했습니다.
요양 병원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형님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혼자서 일상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물론 여전히 위태롭게 걷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에 검사합니다.
퇴원 수속을 밟으러 병원에 가면서 새 옷을 샀습니다.
병원에 갈 때 입었단 옷은 버렸습니다.
거의 노숙자(앗, 노숙자 폄하 의도 없습니다.) 같아서요.
퇴원 수속 후 저희 동네로 와서
장어를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둘이서 2kg.
장어로만 배를 채웠습니다.
형님은 장어를 매우 좋아합니다.
예전에도 외식은 늘 장엇집이었습니다.
점심 후 저희 집로 이동했습니다.
이사한 저희 집에 아직 형님이 오신 적이 없습니다.
집들이 날짜를 몇 번이나 잡았지만 늘 취소.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형님을 보지 못한 사이에
형님의 몸 상태가 그 지경까지 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죠.
형님은 저희 집을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형님이나 저나 지금 저의 집 같은 곳에서 살아보지 못했으니까요.
“갈 곳 없으면 언제든 와서 살아."
다시 차를 몰고 형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아, 괴롭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골방 같은 그곳에 형님을 두고 나와야 한다니.
짐 정리는 혼자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오래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정말 술 마시면 안 돼!"
"딱 세 잔만."
정말 세 잔씩만 마신다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TV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님이 힐 수 있는 건 술밖에 없을 겁니다.
외래 진료는 2주 뒤 23일입니다.
병원에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자주 전화해야죠.
봄이 오면 함께 여행도 가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진심, 진심입니다.
처음에는 형님이 불쌍해서 울었고,
수술 후에는 섬망 때문에 울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지나가는군요.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