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끝자락에는 감나무가 열리는 곳이 있다. 그 앞은 연트럴 파크의 실개천이 시작되는 곳이고 바로 옆으로는 내가 언제나 산책을 마무리하면 자리에 앉아 나무를 구경하던 벤치가 있다. 건너편에 서점 리스본이 보인다. 처음 이 나무는 가늘고 애처로웠는데 이제는 키도 컸고 살도 제법 붙었다. 코로나가 지나고 몇 년 만에 여기 앉았다.
서점 리스본에 들러 에세이를 두 권 샀다. 정현주 작가님이 나를 알아봐 주셨다. 정말 대단한 눈썰미. 연남동에 있을 때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카페 가또에 가면 열 번에 서너 번은 작가님이 빠니니를 드시고 계셨다. 서로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고는 했는데 나도 연남동을 떠나고 가또도 문을 닫게 되어 뵐 수가 없었다. 나는 인스타도 잘 안 하니 소식을 못 듣는데 그렇다면 그녀의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은 나의 탓이네.
아침에 들고 나온 책이 두 권인데 두 권이 추가되어 가방이 무거워졌다. 다자이 오사무의 에세이 한 권, 김영민 교수님의 에세이 한 권이다. 들고 나온 책은 에세이 한 권, 브랜드 관련 책 한 권이다. 이 책을 다 읽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 잠시 잠깐 스치듯이 이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려는 거다. 왜 잠깐 만난 순간에도 자기 이야기 할거 다 하는 친구들이 있잖아. 그런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거다. 그래도 연남동에 앉았으니 그 친구들 이야기는 일단 뒷전으로 하고 나는 연남동의 오랜 친구와 눈인사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