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브랜드 수업을 수강했다. 거기서 나는 에세이로 가득 찬 서점을 하고 싶다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여목서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빅 픽처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덮어두었다. 물론 내가 다시 '매장을 할 것인가'에는 정서적 의문이 들지만 에세이에 진심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러 가지 책이 있어도 언제나 에세이를 손에 든다.
2000년대 용산은 전자제품의 메카였다. PC덕후였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용산엘 갔다. PC 부품 가격도 확인하고 내 중고 부품도 팔고 물건도 사고 했다. 모든 일을 다 마치고 나서는 언제나 선인상가 3층에 있는 서점엘 갔다. 몇 평 되지 않아 몹시 작은 서점이었다. 그곳은 컴퓨터 관련 서적들만 판매했다. 수원에 있는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컴퓨터와 디자인에 관련된 책들이 즐비했다. 그중에서도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디자인 관련 전문서적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돈이 생기면 매번 들러 책을 구매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yes24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온라인 서점이 당연히 더 가격이 저렴했다. 그런데도 컴퓨터 관련 책이 필요하면 그 서점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도서들이 들어와 있을 것만 같았고 그런 기대만으로도 그 서점에 가고 싶었다. 대형 서점의 컴퓨터와 디자인 서가에도 책이 많지만 그 작은 서점이 더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럼, 그 부분에서는 거기가 최고지.”라는 생각은 한동안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전문 서점이나 독립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때의 그 서점이 생각난다.
에세이에 대한 서점이라면 어떨까. 아마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겠지. 오늘은 또 어떤 문장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는 곳일거다. 에세이는 장르적 특성상 분야도 다채롭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도 더욱 다채로울 것이다. 각 분야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문장과 이야기에 끌리는 게 비단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