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미워하고 저녁에는 사랑을 노래한다.
해 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양귀자, <모순> p.85
공연히 카메라를 챙겨서 출근했다. 하루 종일 가방에 넣은 채로 사무실에 두고 막연한 기대를 했다.
오늘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어쩔 수 없다. 난 정말 자주 머리가 아픈 사람이니까. 온종일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고 약에 찌들어 집에 갈 길이 막막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고개를 들어 감탄해 보라는 듯,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던 일몰. 이런 색의 하늘을 보고 담을 수 있다면 20분쯤 늦은 퇴근길도 얼마든지 기뻤다.
황금빛 노을과 시원한 바람에 가만히 몸과 마음을 쉬어주니 드디어 살 만해졌다.
자유롭고 행복해야지.
넉넉한 마음으로 너를 사랑해야지.
아침에는 용서할 수 없어 미운 마음을 스스로 원망하고 저녁에는 사랑을 노래한다. 간사하고 우스워 견딜 수 없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진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