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사는 행위
마케터라면 명품 하나쯤은 사봐야 해요. 원가는 별 차이 없어도, 왜 어떤 브랜드는 100배 비싼지 직접 느껴봐야 하거든요.
비비고 성공신화로 알려진 노희영의 말이다. 단순히 사치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가치’에 돈을 쓴 경험이 있어야, 진짜 설득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며칠 전, 나는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온몸으로 경험했다. 같은 드라이, 전혀 다른 두 경험.
며칠 전, 중요한 인터뷰가 두 건 잡혔다.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는 자리였기에, 남편(현직 사진기자)의 조언은 단호했다. “인터뷰는 보정 하나 안 해주는 거 알지? 헤어라도 하고 가야 해” 결국 방배동 미용실(3만 원)과 도곡동 미용실(5만 5천 원) 양쪽을 예약했다. 없는 통장잔고에 “흐린 눈” 상태로 예약 버튼을 눌렀다.
방배동 미용실에선 어시스턴트가 머리를 감겨주며 “물 온도 괜찮으세요?” 같은 기본적인 응대를 했다. 그 뒤 원장님이 등장했고, 드라이의 목적과 스튜디오, 의상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눈 후 드라이가 시작됐다.
분명히 “제가 반묶음을 하면 나이가 들어 보인다”라고 말했건만, 거울 속에 비춘 나는 결국 반묶음 머리였다.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미용사가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인 느낌. 이럴 거면 앞에 스몰 토크는 왜 한 거야?! TPO(Time, Place, Occasion)에 대한 이해도, 고객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실망감은 스타일링보다 태도에서 왔다.
며칠 후 도곡동 미용실을 찾았다. 10년 이상 운영된 곳으로, 예약 후 질문부터 달랐다. “혼자 찍으세요?”, “배경은 어디세요?”, “의상은 이것으로 가세요?” 인터뷰라는 목적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가 느껴졌다.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날이었지만, “비를 쫄딱 맞지 않는 이상, 스타일 무너지지 않습니다”는 단언도 있었다. 내 머리숱과 잔머리를 묶지 않고 정리해 준 세팅은 단정하고 지적이었다. 마치 지금 막 메가스터디에서 강의 영상을 찍고 나온 강사처럼.
내가 두 가지의 경험으로 느낀 점은 값을 올리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이다. 단지 머리를 하는 걸 넘어 나를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드라이 비용으로 5만 5천 원은 비쌌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나를 손님 1로, 다른 한쪽에서는 "무대 속 주인공"처럼 대해 주었다. 노희영이 한 말이 떠올랐다.
가치에 돈을 써본 사람만이, 진짜 가치를 설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