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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Jan 11. 2024

영유를 졸업한 평범한 우리 아이

를 위한 장기적인 영어 로드맵


영유에 발을 담근 우리 아이들.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7살 예비초등이 되더니, 3점대 영어학원에 도전한다며 오전에 영유를 빠지고 프랩학원으로 간단다. 오후에는 7세 고시라고 불리는 레벨테스트를 준비한다며 과외선생님도 온단다. 옆에서 7살 새 학기 숙제를 하면서도 버거워하는 우리 아들을 보니, 더 시키는 게 죄짓는 느낌이라 안 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영유를 졸업하니, 갈 학원이 없다.



요즘은 영어교육을 크게 엄마표 영어나 영어유치원에 속하는 (실용영어)와 외고나 수능과 같은 입시영어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어릴 때는 원서와 영어영상과 같은 실용영어로 접근하고, 초등 고학년부터는 점점 입시영어로 접근한다. 어릴 때 엄마표로 영어를 진행하다가, 영유로 가서 학원표와 엄마표로 병행하는 가정도 많다. 애가 영어를 편안해하길래 영유를 보냈는데, 졸업시즌이 되니 3점대 어학원을 보내야 할지, 아님 다른 엄마표로 한 친구들이랑 같이 배워야 할지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우리가 7세 고시에 목매는 이유

영유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어찌 됐든 그 리그에 들어선 거라 발을 빼기가 굉장히 어렵다. 한 달에 약 200만 원씩 내기 시작하며, 속으로 내심 “이렇게 했는데 일유애들이랑 같을 리가 없지”라는 생각을 한다. 영유 200만 원은 그렇다 치고, 같은 반 친구들은 사고력수학과 예체능 (축구, 수영,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하나씩 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과외선생님까지 하려니, 정말 뱁새 다리가 찢어질 것 같다. 레벨테스트 전문 과외선생님 수업료를 듣고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현타가 온다. 많은 학부모들이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내 대답은 ‘3점대 학원, 갈 수 있으면 가세요.‘이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언어를 배울 때 피어그룹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랩을 해서 간 아이는 결국 숙제 선생님을 찾고, 과외를 해서 붙은 아이는 과외선생님이랑 계속하게 되더라. 그럼 내 앞에 앉아있는, 숙제는 많다고 징징거리며 하루 종일 레고랑 종이 접기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좀 살펴보자.

실용영어와 입시 영어 모두 도움이 되는 영어니깐 서로 적대시하지 않기로 해요.


대안점

초저학년까지 영어교육의 목표는 4대 영역 골고루 골고루이다. 리딩도, 리스닝도, 스피킹도, 라이팅도 많이 하는 게 목적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한다면, 유아기에 비해 좀 더 인텐시브 하게 진도를 빼는 걸 추천한다. 5살에 영어 영상을 1시간 정도만 봤다면, 8살에 시작하면 하루 2시간씩 본다는 생각을 하자. 그래야 유아 때 영유 다녔던 친구들의 노출 시간을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영유출신 혹은 엄마표 영어로 노출이 어느 정도 된 친구라면? 다음 4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거 추천.


1. 영유연계로 간다. 폴리든 PSA든 SLP든 4대 영역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초등연계 과정이 있다. 하지만 영유연계의 가장 큰 단점은 아무래도, 오전에 유치부를 하고 난 원어민들이 수업을 하는 거라 티칭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학원의 원어민 강사들은 오전에 스펠비 같은 빅테스트가 있는 바쁜 날에는 레슨플랜 한 번 못 읽고 수업을 들어간 날도 있다고.


영유연계를 보낼 시, 엄마가 항상 주의할 점은 타성에 젖지 않기. 특히, 대형 영유의 “정답 찾기” 스킬에 아이들이 익숙해졌는지 확인하자. 초 3으로 갈수록 리딩을 할 때 계속 생각하며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리딩을 해야 하는데, 학원 다니는 친구들 특유의 정답 찾기 스킬에 익숙해져서 SR점수 올리기에 목숨을 거는 현상이 아이에게 나타난다면 한 템포 쉬었다가 가는 것도 추천한다. 이렇게 책에 나온 ‘정답’만 찾아 답지에 적는건 아이의 독해력에도 사고력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스킬은 좀 더 커서 배워도 충분하다.


영유연계의 또 다른 문제점. 새학기가 시작하고, 친구들이 한 명씩 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내 아이만 남게될 수도 있다. 잊지말자. 영유연계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갈 학원이 없어질 수 있다. 영유연계를 다니더라도, 과외쌤을 붙이든 엄마가 봐주든 수준높은 리딩, 보캡, 그래머를 챙겨주자. 특히, 초저라면 모국어든 영어든 긴 호흡의 책을 읽을 준비를 해야한다. 역사서나 위인전, 신화 등 등장인물이 많고 서사가 복잡한 글을 읽을 준비 하자.


2. 영도 + 화상 조합

리딩: 영어도서관이 라떼시절 “도서관”이 아니다. 리딩을 중심으로 읽고, 원어민 아르바이트생이 질문을 하고 답을 맞히는 식으로 확인하는 곳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영어도서관 조합이 있는데, 여기서 리딩을 해결하자.


라이팅과 스피킹: 요즘 정말 다양한 화상영어가 나와있는데, 돈을 좀 더 주고 북미 원어민들과 하루 30분씩 하나의 주제로 심도 있게 대화할 수 있는 화상영어를 찾아보자. 자기소개만 하다가 끝나는 화상영어 말고. 하나에 대한 주제를 심도 있게 토론하려면, 미리 다음 내용을 읽고, 단어도 외우고, 내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혼자 라이팅이든 스피킹이든 연습하는 시간을 꼭 갖도록 하자.


리스닝 : 집에서 엄마표로 영어영상을 기본으로 청독 시작하기. 아이 리딩레벨보다 약간 높은 책을 오디오북과 함께 책을 같이 읽게 하자.


3. 1학년 적응에 집중

아이가 예민한 친구라면, 잠깐 영어를 내려놓고 초등1학년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때는 엄마 스스로에게 “나중에 일유출신 친구들이랑 한 반에서 만나도 괜찮을까?”에 대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보자. 내가 괜찮다 싶으면 한템포 쉬었다 가는 거고, '절대 만나면 안 된다' 하면 빨리 나가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영어학원 찾자.


4. 2점대 브릿지 학원 찾기

영유를 졸업한다면 보통 미교기준 2점대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이 주로 가는 학원의 커리큘럼을 보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브릿지 학원을 찾자. 이때 고려해야 하는 점은 1) 단어를 한-영으로 외우는 곳인지? 2) 라이팅과 리딩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 3) 한국식 입시인지 생활영어인지 4) 노블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왜냐면, 점점 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영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수학학원이라는 복병이 나타난다. 마음껏 영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는 초2가 마지막. 굳이 7살에 7세고시에 달릴 필요는 없다. 8살 겨울방학에도 볼 수 있는것이 레벨테스트니깐.


*꿀팁)) 혹여나 2점대 학원 원장이랑 3점대 학원 원장이 같다면, 2점대 학원에 먼저 갔다가, 3점대 학원으로 레벨업 하는 게 쉬워진다. 3점대 학원에서 특히 선호하는 2점대 학원이 있기도 하다. 그런 학원을 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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