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는 당신을 위한 질문 가이드
겨울 방학 특강이 끝나고, 학원은 새 학년 대비 반으로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영어 학원 선생님에게 상담시간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뭘 물어보지?'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꺼낸 질문,
우리 애는 잘하나요?
수업을 하면 아이에 대하여 알 수 있듯이, 상담을 하면 학부모에 대하여 알 수 있다. 이 부모는 영어교육에 올인한 집인지, 수학에 집중하는 집인지, 바빠서 숙제를 봐줄 시간이 없어 숙제시터를 쓰는 집인지 등을 대부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애는 잘하나요?'라는 질문은 너무 두리뭉실해서 어디서부터 답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해당 수업을 통해서 아이의 어떤 부분이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 (expectations)'를 이야기해 주면 상담하기 편하다.
그래서 공개하는 상담할 때 필요한 질문집. 이 질문은 학년별, 목적별, 상담시기별로 달라지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쓰자. 가장 기본인 건 강사 대비 학생 수. 담당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아이를 파악하기보단 정량평과와 시스템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초등학교까진 강의력이 좋은 강사도 좋은데, 아이를 더 꼼꼼하게 케어해 줄 수 있는 강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반에 12명이 넘어가면 강사가 아이들을 한 명씩 챙기기 힘들다. 선생님과 학생별 비율 확인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1. 우리 아이가 영어 시간에 발표를 많이 하나요?
어린이 영어 기관일수록 "듣고" "말하기"에 초점을 맞춘 학원이 많다. 아이가 긴장감 없는 환경에서 듣기를 많이 하고, 원에 가서는 말을 많이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만약 말을 안 한다면 기질문제 인지, 아이가 말하기 버거운 주제 문제인지, 듣기 부족으로 아직 인풋의 문제인지, 긴장감 높은 환경 때문인지, 리딩에 포커스를 맞춘 커리큘럼의 문제인지 확인해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자. 말하기는 "듣기"가 엄청나게 쌓여야 말을 할 수 있다. 가정에서 듣기 시간을 꼭 채워주자. (저학년 기준 하루 3시간)
2. 기본 수업 규칙은 잘 지키나요?
교실에서는 작은 소리로 말하기, 바르게 앉아 있기, 발표할 때는 손을 들고 말하기, 수업시간에 상대방 이야기 듣기,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기 등 수업 내 교실 규칙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자. 이는 모든 수업을 들을 때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학원 상담 시에도 꼭 물어보기.
3. 숙제는 잘 해오나요? (잘한다는 담임말 믿지 말기)
탑학원일수록 자기주도 학습이 되는 아이를 뽑는 경향이 강하다. P를 예시를 들면, 학생별 파일에 숙제는 했는지, 집에서 연습한 낭독 횟수, 발표 횟수, 교재는 다 챙겨 왔는지 등 학생 스스로와 담임이 체크해야 하는 종이를 매일 들고 다니며, 학생과 담임이 모두 체크하는 시간을 갖는다.
초등 영어는 교재가 정말 많고, 해야 하는 숙제의 종류가 많다. 어떤 날은 과학교재를 읽고, 수업시간에 발표할 것을 미리 '생각'해오기 정도의 숙제가 있고, 같은 과학 교재인데 한문단 정도 써오는 숙제가 있기도 하다. 숙제를 엄마가 꼼꼼하게 챙겨주면 좋겠지만, 결국 아이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숙제 완성도를 얼마큼 정확하게 담임이 파악하고 있는지 체크하자.
4. 같은 반에서 가장 잘하는 애는 어느 정도하나요? 평균은요?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peer group이 정말 중요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맨날 한국말로 말하고 숙제를 안 해오면 빨리 다른 학원 알아보자. 담임의 잔소리만 듣다가 수업이 끝날 수도 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숙제도 잘해오고, 쓰는 단어도 고급지고, 수업 내 토론도 수준이 있어야지 뭐라도 하나 더 배워간다.
5. 1년 후 어느 정도 기대하면 되나요? (커리큘럼)
커리큘럼을 물어보면 '교재'를 보여주는 곳이 많은데, 그 교재의 수준을 파악하기. 모르겠으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 2024년에 읽어야 할 소설책의 리스트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몇 학년이 읽는지 파악된다. 난이도가 높은 소설책을 한 달에 한 권 읽어야 하는지, 2주에 한 권인지 알아본다. 미교를 쓰면 미교의 읽기 부분만 쓰는지, 뒤에 쓰기 부분도 쓸 건지 등 집에서 얼마큼 서포트를 (하루 1~2시간인지, 2~3시간인지) 해줘야 수업시간을 쫓아갈 수 있을지 파악해 본다.
아이가 커리큘럼을 따라갈 물리적인 시간에 충분히 나오고, 해낼 수 있다면 보내자. 하지만, 수학학원 비중을 높아지면서 수학숙제에 밀려 영어에 대한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든다면, 영어학원은 숙제를 적은 곳으로 옮기는 걸 추천한다. 국영수는 호흡을 길-게 봐야 한다.
6. 수업시간의 플로우 체크
아이가 수업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수업 플로우를 확인해 보자.
1교시에서는 들어가서 단어시험을 보고 -> 미교를 펴서 읽고 주제 토론 하고 -> 다음 단어 세트를 소개하고 마무리. 2교시에는 영어 작문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 아웃라인을 같이 세우고 -> 집에서 해와야 하는 숙제 방향성으로 마무리 3교시에는 과학 책이나 소설 등 읽어온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 수업을 하는지, 같이 읽어나가 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수업인지, 아니면 두 개 다 하는 건지 체크해 보자. 결국, 커리큘럼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가 집에서 얼마큼의 공부를 해가야 수업을 쫓아갈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7. 형성평가, 단원평가등 아이의 수준을 파악할 시스템이 있나요?
단어시험은 누적시험으로 보는가? 아이가 배운 내용을 전반적으로 확인하는 시험이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science, social studies, 그리고 literature 등 각 과목별로 배운 내용을 얼마큼 기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즉, 채우기에 급급한 숙제를 넘어서, 얼마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에 대한 확인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 숙제 양을 맞추다가 사고력을 확장하는 대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숙제로 변할 수 있다. 적정한 시험은 필요하다.
8. 이해 못 하는 아이들에 대한 대비책은 뭐예요?
단원평가를 보고 평균 미만인 친구들을 위한 대비책은 뭘까요? 숙제반을 운영하나요? 엄마에게 연락이 오나요? 엑스트라 숙제가 더 나오나요? 등 숙제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테스트에서 성취도 점수가 낮게 나온 아이들에 대한 학원의 대비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강사가 강의만 한다면, 맨 앞줄 여자애들 2명만 수업을 따라가고 있다. 뒤에 내일 쉬는 시간에 할 축구 생각하면서 앉아 있는 우리 아들에 대한 학원의 대비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9. 중등이라면?
중등 친구들은 좀 세게 말해볼게요.
중등 내신을 담당하는 건지 고등 심화를 커버하는 학원인지 파악하세요. 초등/중등 영어시험은 정말 달달달 외우는 시험이에요. 이걸 1년 내내 붙잡고 있다면, 정말 기초부터 하는 친구들일 거예요.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이 학원, 저 학원 돌아다녔다면, 초 4/5학년에는 원서 욕심 살짝 내려놓으세요. 교재로 나가야 해요. (원서: 교재 비중이 3:7, 혹은 2:8 )으로요. 수능영어는 해리포터 읽는다고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에요. 초 저까지는 4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면, 초 3-5에는 듣기가 됐다는 가정하에 한 가지 분야를 파세요. 리딩이든 라이팅이요. 이 시기에 국어랑 사고력, 영어 모두 다 잡는 라이팅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초6에는 중등 대비 문법 한 번 돌리고, 중학교에는 고등 ‘심화’를 들어가야 해요. 즉, 수능 트랙으로 노선 갈아타면서, “독해”가 무엇인지 단어-해석하고-분석/파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요즘 영어 학원은 (수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심화학원이 아니라 선행학원이 많다. 많은 양의 진도를 빼는 것을 자랑한다. 초등, 중등 영어 내신이 쉽다고 자신만만하다가, 막상 수능에서 1등급이 안 나오는 애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영어도 언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결국 사고력에서 언어의 깊이가 차이나고, 수능 문제는 이해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다. 양치기는 한계가 온다. 학원은 우리 아이의 영어를 책임지지않는다. 학원의 ‘잘한다’는 말을 믿지말고, ‘양치기’로 시간 낭비 하지 말자.
학원을 더 똑똑하게 이용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