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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Jan 15. 2024

엄마표와 학원표는 결이 다를 뿐

두 가지 방향 모두 영어에 도움이 되니, 싸우지들 말 것!

대치동에 10년을 근무하며 너무 많은 질문은 받았고,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10년 전 수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7세 고시라는 말도 없었고, 일유 나오고도 3 연차 어학원 쪼-끔만 더 하면 갈 수 있었다. 지금 카더라에 따르면, 만 2세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닐 수 있게 되면서 7세 고시는 영유 4년 차가 보게 되는 시험이라나? 프랩 없이는 못 붙고, 과외선생님 없이는 못 붙게 된 시험이라나.


미국에서 유아교육(전공)과 국제정치 (부전공)으로 우등 졸업생으로 학사를 받고 유아교육으로 석사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새벽에는 종로 3가와 강남에서 성인영어회화를 가르치고 밤에는 목동에서 외고 및 대입 입시 준비반에서 수업을 했다. 그러다가 구관이 명관이라고, 전공을 따라 어린이와 일하는 곳으로 갔다. 국제학교, 학습식/ 놀이식 영어 유치원 등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했다.


이렇게 장황하게 내 이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한 다양한 영어교육의 목적과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유아영어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3점대와 브릭스 250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입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는 3800제 문법서, 혹은 추론과 빈칸 채우기 등 대입 입시 영어를 이야기한다. 토플영어는 토플단어와 라이팅& 스피킹 템플릿을 달달 외워 쓰는 게 제일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입시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입장에서는 영유출신이나 일유출신이 같은 반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영어 유치원 보내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한다.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는 엄마들은, "우리 애가 한국식 영어를 어려워해서요"라고 입시영어를 부정한다. 그렇게 이분법적 사고를 갖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지면서 영유는 일유에서 하는 게 없다고 무시하고, 일유맘은 영유를 아동학대라고 서로 비난한다. 사실 모두 가르쳐본 입장에서는 결만 다를 뿐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는 관점에선 많은 도움을 준다.



영어유치원과 토익, 수능입시영어와 토플을 나누는 기준은? 전자는 실용영어이고 후자는 학습영어이다. 영유와 토익 (TOEIC.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은 정말 실생활에서 쓰는 단어들로 구성된 시험이다.


영유에서는 듣고 -> 말하기, 토익은 듣기와 읽기 목표인 시험이다. 영유는 미취학 아동의 인지능력 수준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듣고, 말하며 시간을 보내고 읽기와 쓰기가 들어간다. 토익은 성인이 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험이다.  그래서 출제되는 주제가 정해져 있다.


영유에서 1년 동안 배우는 커리큘럼으로는 Four seasons, Around World, My Neighborhood , Community Helpers, Jobs 등이 있다. 예전 유치원에서 가르치던 누리과정 커리큘럼과 비슷하다. 이 내용을 분야를 분류하여 Language Art (언어), Math (수), Science (과학), Social Studies(사회) 등으로 나눠서 배운다. 요즘은 커리큘럼이 원어민이 Language Art 위주로 가르치고, 교포나 유학생등의 외부강사가 Enrichment (특성화수업)으로 요리, 한글, 뮤지컬 등을 추가로 가르치고 있다.


토익에서 나오는 주제는 '성인'이 경험할 만한 실용 영어 다음과 같다. 토익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전문적인 비즈니스, 제조, 금융과 예산, 연구, 사무실, 인사, 주택/기업, 부동산, 여행으로 성인들이 정말로 일할 때와 여가를 즐길 때 필요한 단어와 문장들로 구성된다. 즉, 영어 유치원과 토익에서 배우는 건 실용영어이다.



입시영어와 토플의 목적은 "대학" 교육에 필요한 사고력과 언어능력이다. 두 가지 모두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사고력”이 요구되는 영어 시험을 본다. 대학교 수업에서 필요한 건 단순히 여행을 가서 호텔 예약을 하는 수준이 아니다.


수능 영어 영역의 지문을 예시로 든다면, 영유와 대입시험 사에에 연계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2024 대학 수능 빈칸 문제 (출처: EBS)


토플 지문은 실제로 대학교 1학년들이 듣는 강의에서 많이 출제가 된다. 교양 과목 101 수업은 경영학, 역사학, 인문학등과 관련된 긴 지문과 단어 위주의 시험이다. 아래는 토플 지문의 일부를 가져왔다. 문단이 4~6개로 구성된 지문을 주어진 시간에 (18분)에 문제를 푸는 것이다. 역시 시간적 압박과 단어 수준이 영유와는 전혀 상관없다.

토플 연습 문제 (출처: ETS 공식 토플 웹사이트)



그럼 영유를 보내는데 돈낭비냐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영유에 맞는 아이들- MBTI 중 E (외향적)인 친구들, J (계획적)인 친구들이라면 추천한다. 거기에 한 달 200만 원 정도는 교육비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가정은 충분히 실용언어로써 '영어'를 배우기에 고려해 볼 만하다.

영유는 "실용"영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

영유는 평생 영어교육의 시작인 점

아이의 인지능력 이상의 영어 습득은 불가능

을 항상 염두에 두자. 만약 내 아이가 내향적 (I) 거나 아직 빵뎅이 힘이 약하다면 영유보단 일유나 숲학교를 추천한다.


그럼 고학년에 시작하는 학습자들은 영어 말하기를 내려놓으란 말이냐? 현실적인 대답으로 '맞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가장 시급한 영어귀만 뚫어놓고, 입시에서 요구하는 읽기를 시작하자. 듣기와 읽기가 말하기와 쓰기보다 시급하다. 영어 말하기는 성인이 된 이후로 하면 된다. 중학교 내신 본문을 달달 외우고, 고등학교 단어를 달달 외우는 게 영어 공부에 도움이 안 돼요! 하는 강사는 정말로 "공부"를 제대로 해봤나 싶다.


암기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고, 그 암기는 절대 쉽지 않다. 즉, 공부는 재미없고, 이 재미없는 공부를 얼마나 버티면서 하는가가 입시결과를 좌우한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때 맞으면서 했던 문법과 단어, 도서관에서 울면서 외운 토플단어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한글을 중시하는 영어강사이며, 더하기 빼기만 하면 이과 가야 한다는 현시대의 워킹맘이 보는 '미취학부터 중학교까지' 영어교육의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이렇다면 실용영어와 입시영어가 서로 해가 되느냐라는 질문에 당당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다. 영어는 언어라는 걸 생각하면, 실용영어가 필요한 시기가 있고 입시영어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게 아니다. 언어로써 영어 이 부분, 저 부분을 시기상 적절하게 배우면 서로 맞물려 결국 하나의 영어라는 언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표든, 학원표든, 실용영어든, 입시영어든 우리는 같은 영어를 배우는 중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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