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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Apr 12. 2018

휴식, 테라로사, 그리고 순례길

회사의 연례회의차 한국에 다녀왔다. 30여개 국에 있는 직원들의 대표단이 모이는 나름 꽤 큰 회의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의 긴 회의가 끝나면,  내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건 맞구나라는 생각이 새삼든다.


개인적으로 더 중요했던 일은 몇 달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을 집중해 며칠을 보내고 나니, 풀리지 않았던 몇 가지 생각들이 정리가 됐다. 머리가 조금은 맑아진 것 같다. 자연스레 글이 쓰고 싶어졌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우리에게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함을 실감한다.



제주도에 있는 테라로사라는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커피산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콜롬비아에 체류하는 와중이니, 예전보다 더 커피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자리에 앉으면 귤나무가 보인다. 숲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탁월한 공간 디자인에 감탄했다. 생산자의 관점에서 무척이나 고심한 흔적을 느꼈다. 자연스레 창업자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40세를 앞두고, 은행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25억의 빚더미에 앉았던 시절을 건너,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모든 탁월함 뒤에는 역경과 노력이 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이야기한 1만 시간의 법칙 이론이나, "간절이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파울루 코엘료의 이야기도 거기서 나왔다.


휴식 중 알게 된 것은, 음반회사 직원이었던 파울루 코엘료도 40세를 앞두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 참조기사) 그 길은, 결국 그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리는 영혼의 원동력이 되었다. 후에서야 그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용기었음을 고백했다.


40, 내게는 아직도 어려운 숫자다.


보고타행에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 길에서의 상념들이 앞으로의 인생을 어디로 인도할 지는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불확실성과 직면해, 그저 이 곳에서의 넘치는 하루하루의 일과가 내게 순례길이라 믿는 방법밖에 없다.


어쨌든, 다시 보고타에 왔다. 하루를 다시 후안 발데스(Juan Valdez) 커피와 함께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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