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지도를 보고 있으면 흥미롭다. 지도 좌측으로는 해안가와 열대우림, 중심부에는 안데스 산맥, 우측으로는 오리노키아 평원과 우측 하단으로 브라질과 연결되는 아마존 산림이 위치해 있다. 산꼭대기, 평원, 해안가, 그리고 정글.
지역적 특색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링뇨 주의 파스토에 도착했을 때, 회사 동료에게 이 곳 사람들은 산악지형에 살아서, 칼리(Cali)나 카르타헤나(Cartagena) 같은 더운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내향적(introvert)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 "콜롬비아 사람"이 어떻다고 쉽사리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콜롬비아에 3년 동안 거주했던 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3년을 살았어도 콜롬비아 사람들과 사회 시스템을 규정하기 쉽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15명 가량의 콜롬비아인으로 이루어진 팀을 관리하면서 현지 사무소장으로 지낸 지 이제 네 달 째에 접어들었다.
한국인 홀로 라틴아메리카인으로 이루어진 팀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흥미로운 도전이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략, 커뮤니케이션, 재무, 인사, 조달 등을 아우르는 매니저로서의 역량을,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점검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데 어색함은 없지만 라틴아메리카인들의 특유의 성격은 업무 중에도 자주 드러난다. 일단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령 한국인이 세밀하게 조사를 한 후 고심 끝에 상사에게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여기는 그 반대다.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역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흔히 라틴아메리카인의 DNA라고 생각하는 민족적 특색이 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가령, 일처리가 (한국 혹은 동아시아 국가기준의 비해) 완벽하지 않고, 다듬을 부분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먼저 드러내기에 거리낌 없는 이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가끔 자신의 의견을 너무 세게, 감정을 싣어서 말할 때가 있기도 하지만, 말을 안 하고 있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도 이들의 자신감을 통해 필요한 때는 스스로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할 일은 그 다양한 의견들이 정제되어 의미 있는 언어가 될 수 있도록 코칭하는 일이라는 통찰을 얻었다. 열정적인 직원들을 가다듬는 일과 소극적인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일 모두 어렵고 중요한 일이지만, 성장하는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이 나라의 업무 방식이 조직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팀 관리 측면에서 많은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다. 내 언어를 쓰지 않는 데서 오는 장단점도 분명히 있다. 외국어를 쓰는 데서 오는 확실한 장점은 말을 아끼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달이 1년처럼 길었지만, 이제 어떤 글로벌 팀이든 잘 관리해 볼 수 있겠다는, 관리자로서의 역량과 자신감이 쌓이는 것을 느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