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고향, 메데진(Medellín) 방문기
콜롬비아로 단기 파견을 간다고 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이 물어본 질문은 소위 마약왕으로 알려진 파블로 에스코바르 (Pablo Escobar)였다. 안 그래도 넷플릭스 (Nexflix)에서 만든 "Narcos"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도 하거니와, 저 멀리 남아메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한 콜롬비아에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질 리 없을 터였다. 특히나 그의 고향인 메데진(Medellín) 시는 20여 년 전 폭력과 마약으로 점철된 도시였다. 그가 이끌었던 범죄 조직의 이름도 메데진 카르텔이었다. 그렇다. 20여 년 전의 일일 뿐이다.
지금의 메데진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32개 주중 안티오키아(Antioquia)라는 주에 속해있는 이 도시는, 명실상부한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이며, 혁신과 성장에 있어서는 수도 보고타를 능가한다고 평가받는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물론,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거리에 부랑자들은 아직 많지만, 이 도시의 발전 속도와 비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웠다. 사람들은 이 도시의 성공가도의 이유로,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창의성과 이 도시 사람들의 근면성과 실행 의지를 꼽았다. 실제 내가 일해 본 콜롬비아 사람들은 배움과 성공에의 의지가 높고, 상당히 성실했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게으를 것이라는 선입견은 산산조각 났다.
안티오키아 주지사와 농업, 임업, 도시계획 수석 보자관들과의 미팅을 순차적으로 하고 나니, 이 지역을 이끄는 리더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짧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주지사가 내게 던진 화두는 콜롬비아 다른 주들에 비해 규모도 크고, 혁신적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제어 등의 목적으로 채소를 건물처럼 수직 구조물을 통해 키우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 그리고 새로운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이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의 흐름과 규모가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메데진 시의 혁신 정책을 뒷받침하는 브레인 그룹 "루타에네(RUTA N)"이었다. 사용자 중심 정책을 만들기 위해, 소위 "디자인 싱킹"과 유사한 혁신기법을 사용해 의료, 환경,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제언들을 메데진시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자연친화적인 건물의 디자인부터,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의 초기 적응을 위한 2년간의 랜딩 시설, 옥상의 풋살장까지 메데진 시의 변화에 대한 영감들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