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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May 15. 2018

콜럼비아? 노(No), 콜롬비아 (Colombia)!

이상하게 숨이 찬다. 물병 한 개와 과일 몇 개만 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게다가 슈퍼마켓 까루쟈 (Carulla)에서 집까지의 거리도 10분밖에 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해발고도 때문이다. 여기는 고도 2,640m, 안데스 산맥의 도시,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다.  


콜롬비아로 단기 파견을 간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콜롬비아(Colombia)와 콜럼비아(Columbia)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한국에서 명문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사립대학, 혹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떠올렸을 테다. 어쨌든, 틀렸다.


몬세라떼 (Monserate) 언덕에서 내려다 본 보고타 시의 전경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안전에 대한 조언이었다. 특히, 미국에 연고가 있는 지인들은 그 정도가 심했다. 마약왕으로 알려진 파블로 에스코바르 (Pablo Escobar)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콜롬비아 마약조직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인 바 있다.


최근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Nexflix)의 "나르코스(Narcos)”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한 몫했다. 그의 고향인 메데진(Medellín)에 갈 때는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메데진 시는 20여 년 전 폭력과 마약으로 점철된 도시였다. 에스코바르가 이끌었던 마약 조직의 이름도 ‘메데진 카르텔’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방문한 지금의 메데진은 20여 년 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32개 주중 안티오키아(Antioquia)라는 주에 속해있는 이 도시는, 보고타 다음으로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며, 유일하게 지상 전철을 운행하고 있다.


루타에네(RUTA N)라는 브레인 그룹은, 사용자 관점의 접근법으로 의료․환경․사회문제 등에 관해 혁신적 해결책 등을 시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여느 선진국의 모델 못지않았다.

 

메데진 시의 풍경. 보테로의 작품이 보인다.


라틴아메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한 나라에 한국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질 특별한 이유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콜롬비아는 6.25 한국전쟁 당시 중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군대를 파견한 우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국가다.


그리고, 이들 나름대로는 지난 53년간의 내전을 통해 최소 22만 명이 사망하고 5백만 명이 실종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FARC)이 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내전은 일단락되었지만, 아직도 정부에 반대하는 게릴라들이 남아있고, 사건사고는 여전하다. 전후 재건을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함께하고 있다.


콜롬비아 산토스 대통령과 FARC의 수장이 평화협정에 동의하고 있다. 뒷편에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BBC)


또한, 콜롬비아는 2016년 한국이 칠레, 페루에 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3번째 중남미 국가이기도 하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며, 세계 8위 커피 수출국이다.


우리에게는 자동차/휴대폰 등의 수출 시장이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수출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국이 성장 추세의 (7.1%) 세계 7위 커피 수입국임을 고려하면, 콜롬비아 커피와 우리의 삶도 떼어 놓을 수 없겠다. 왜 커피 전문가들이 콜롬비아 “커피로드(Eje cafetero)”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직접 느끼는 콜롬비아 커피의 맛은 탁월하다.


콜롬비아의 자랑 후안 발데스 (Juan Valez) 커피. 치열한 경쟁 끝에 모델로 뽑히기 위해서 실제 농부들이 경쟁을 한다. 커피농사를 위한 탁월한 실력은 기본이다.


어쨌든, 이쯤 되면 콜롬비아(Colombia)를 콜럼비아(Columbia)로 쓰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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