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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선 Apr 04. 2024

봄을 품은 창덕궁

창덕궁 여행

봄을 품은 창덕궁     


                                                                                                                          글, 전윤선  

   

빛과 온화한 바람이 더해지면 꽃은 여러 색깔로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봄의 색깔이 모두 같이 않듯이 모두의 꿈도 봄의 색깔을 닮아 각각의 꽃으로 피어난다. 봄꽃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자연의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이맘때면 자석에 이끌리듯 발길이 자꾸 창덕궁으로 향한다. 창덕궁을 찾은 관람객은 봄꽃보다 화려한 한복을 입고 누가 더 예쁜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창덕궁은 다양한 봄 행사로 분주하다. 봄 야간개장과 달빛기행으로 조신대로 점프한다. 창덕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가장 한국적인 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궁이다. 역사를 품은 창덕궁에도 봄은 물이 오른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일원 접근성 개선으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 가능해 졌다. 돈화문은 임금이 큰 덕을 베풀어 배성들에게 돈독하게 한다는 뜻이다. 조선 궁궐 정문의 이름에는 한자로 될“화”(化)자가 들어간다. 임금이 백성을 교화 한다는 의미로 궁궐 정문에는 화(化)자를 썼다. 경복궁의 광화문, 창덕궁의 돈화문, 창경궁의 홍화문, 경희궁의 흥화문, 덕수궁의 인화문이다. 현재 덕수궁은 동문인 대한문이 정문이지만 120년 전 남문인 인화문이 헐리면서 동문인 대한문이 정문이 됐다. 창덕궁 돈화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휠체어 유아차 이용 관람객을 위한 경사로 관람동선 안내 표지가 있다. 안내판에는 주요관람동선과 이동가능동선으로 구분해 경사어려움, 바닥이 고르지 못함, 오르막길, 내리막길 등을 픽토그램으로 표시했다. 

    

창덕궁 정전인 인정전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궁중 연회 등 중요한 국가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인정전은 두 개의 낮은 월대가 있다. 옛 건축물이 그렇듯 월대는 계단이어서 휠체어 탄 관람객은 정전 안까지 접근 할 수 없어조정 마당 품계석에서 인증샷을 찍고 오른쪽 문을 통해 신정전으로 향했다. 궁궐 전각을 이동 하는 문에는 경사로가 설치되 있어 월래부터 있던 것 같이 자연스럽다. 선정전(宣政殿)은 왕이 신하들과 함께 일상 업무를 보던 공식 집무실인 편전(便殿)이다. 이곳에서 업무도 보고 신하들과 회의를 하며 토론도 하는 공간이다.      


창덕궁 전각은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궐내 모든 건물의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빛과 바람을 들이고 있다. 활짝 열린 문사이로 다양한 액자가 만들어지고 빛에 시간에 맞춰 각양각색의 풍경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햇빛과 바람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시시각각 명화로 탄생한다.      


대조전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대조전은 창덕궁의 정식 침전이자 왕비의 생활공간이다. 대조전의 압권은 앵두꽃이다. 햇빛이 무르익은 사월이면 여린 앵두꽃이 핀다. 앵두꽃은 왕비의 옷고름 같이 살랑이는 봄바람에도 꽃잎 떨군다. 볕잘드는 대조전 담벼락 화단에 핀 앵두꽃. 봄이 지나갈 무렵 앵두는 빨갛게 익어간다. 희정당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희정당은 왕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침전 건물이었으나 조선 후기 편전으로 기능이 바뀐 건물이다. 희정당은 입구에서부터 계단 때문에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바로 옆 낙선재로 향했다.  

    

낙선재는 일반적인 궁궐과 달리 단청을 입히지 않아 소박하고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봄이면 낙선재 화계 일원에 산수유와 홍매화와 능수벚꽃이 으뜸이다.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는 봄꽃이 한창인 1989년 4월 까지 낙선재에서 머물다 76세로 삶을 마감했다. 덕혜옹주 삶은 조선의 흥망성쇠를 함축하고 있다. 나라는 망해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가해국인 일본으로 강제유학과 인본인과 정약결혼까지 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견디기엔 덕혜옹주에게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견디기 어려운 삶으로 조현병 발병으로 이혼과 딸의 실종까지 더해지면서 정신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다 37년 만에 국적을 회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덕혜옹주는 주변 사람들을 거의 알아보지 못했지만, 창덕궁으로 돌아오자 옛 기억이 살아났는지 궁 안을 돌아볼 때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낙선재 뒤뜰에 핀 매화는 대한제국의 화양연화를 꿈꾸는 듯 화려하게 핀다. 덕혜옹주의 인생은 피지도 못한 체 꺾여버린 제한제국의 꿈을 압축해 논 것 같다. 일제 강점기 나를 잃은 식민지 국민의 삶은 더 참혹하고 고단했지만.       


한무리의 일본인 관람객이 해설사를 따라 낙선재로 진입한다. 해설사는 조용하면서 단호한 말투로 덕혜옹주 일대기를 일본어로 해설한다. 일본인 관람객은 낙선재에 머물던 덕혜옹주의 슬픈 삶과 역사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자칭 국제사회 질서를 이끌어 간다는 G7국가는 힘없는 나라를 폭력으로 짓밟아 식민지로 만들고 자원을 수탈해 부강해진 가해국가다. 식민지 피해 국가는 이래저래 해방됐지만 그로 인해 국민은 분열되고 가난에 허덕이기도 한다. 그도 아니면 한국처럼 내전으로 분단된 나라에서 아픔을 품고 살아간다. 가해국가가 여전히 국제사회 질서를 좌지우지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지만 피해 국가는 아픈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게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낙선재는 평지이어서 휠체어 탄 여행객이 관람하기 딱이다. 낙선재 정원에는 온갖 봄꽃들이 누가 더 예쁜지 자랑질이지만 하이라이트는 능수 벚꽃이다. 수양버들처럼 축 느려진 능수 벚꽃은 탄성이 터져버린다. 능수벚꽃이 필 때면 관람객들로 둘러싸여 좀처럼 가까이 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능수 벚꽃은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창경궁과 왕의 정원인 후원으로 연결된다. 후원은 인터넷 예약 후 매 시간마다 일정한 인원이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입장 가능하다. 해설사를 따라 언덕을 내려가면 부용지다. 부용지는 창덕궁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이다. 정조는 후원에서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정조24년 3월22일 십만여 명이 후원에서 과거시험을 봤고 3만2천8백여명이 답안지를 냈지만 합격자는 열손가락안에 꼽힐 정도의 적은 숫자 이었다 후원에서 치러지는 과거시험은 인원 제한이 없어 응시생이 많았다고 한다. 부용지의 핵심은 주합루이다. 정조원년에 창건된 2층 누각으로 아래층은 왕실직속 기관인 규장각과 윗층에는 누마루를 조성했다. 규장각은 정조대왕의 개혁정치를 위해 정책 개발과 도서 수집 및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부용지 앞에는 모형으로 만들어진 부용지가 있어 손끝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감각장애인도 부용지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장애인 화장실도 있어 근심을 덜어준다.     


사실 아름다운 계절은 따로 없다. 계절마다 특색 있게 제몫을 할뿐이다. 봄의 창덕궁도 마찬가지다. 다만 봄의 색깔로 관람객을 맞는 창덕궁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뿐이다. 지금 창덕궁은 역사와 자연이 주는 날것의 감각을 깨울 뿐이다.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이용     


-접근가능한 식당

안국역 근처 다수     


-접근가능한 화장실

창덕궁 매표소 

낙선재 일원

후원 부용지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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