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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ul 22. 2021

태어나보니 고양이였습니다.

그 누구도 무엇으로 태어날지, 어디에서 태어날지 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영화 <SOUL>과 같은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태어나보니 대한민국이었고(어쩌면 고양이들은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도 모르고 살아가겠지만), 눈떠보니 어느 골목이었을 것이다



어젯밤 일어난 일이다. 새벽 3시나 되었을까.

주택가 1층에 살고 있는 나는 바깥 담벽 위로 고양이들이 오고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어쩐지 고양이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만 들렸다.


어디에서 울고 있는지 알 수도 없이 구슬프게 들리던 울음소리는 주변에 살고 있는 어느 아저씨의 화를 샀다.


아저씨는 화풀이인지 아님 정말 고양이에게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는 고양이에게 화를 냈다.


큰 소리에 놀랐는지 고양이는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그렇게 창문 밖의 세상은 다시금 고요해졌다.


새벽 3시의 단잠을 깨우는 고양이에게 화가 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이가 놀랄만큼 소리를 질렀어야 할까. 그 아이는 사람이 나오는 소리에도 도망갔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넓은 거리가 아닌 고 위태로운 담벽이나 차 밑을 걸어다.


태어나보니 고양이였다.


개인이 고양이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고양이의 안식처를 을 권리, 위협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동물 인간이 소유한 물건으로 분류되어온 현행 민법을 개정하여 이제 동물은 인간도 물건도 아닌 존재가 되고 그에따라 법적지위를 갖게된다.


더이상 동물을 재산 압류대상으로 취급할 수 없으며, 동물학대에 관한 형사처벌 수위도 강화될 것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울음으로 잠이 깼지만 그 울음 소리가 너무 구슬퍼 나는 오늘도 또 한 번 다짐을 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뜻을 모으고 싶다고.


태어나보니 내가 나였듯이, 태어나보니 고양이였다.

우리는 그 누구도 아이들의 삶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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