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는데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약 2주 전 7월 16일 내 방 옆,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5마리가 세 들어 살기 시작했다. 2~3일 정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새끼 고양이들은 어미의 젖을 먹으며 쑥쑥 자랐고 며칠이 더 지나자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거릴 수 있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미 정이 들어버린 어미와 새끼 모두 입양하고 싶지만 저 아이들의 생이 끝날 때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지금은 어미의 품에서 자라는 것이 새끼 고양이들에게도 중요한 시기라 생각되었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사소한 일이지만 날이 뜨거우니 물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게 하루에 두 세번씩 물만 챙겨주고 그늘에 쉴 수 있게 두었다. 한동안 그렇게 평화로운 날들이 지나갔다.
그러다 2~3일 전부터 이웃집 어르신이 빗자루를 들고 우리 집 대문 안으로 들어와 고양이를 쫓기 시작했다. 어르신 댁으로는 고양이가 들어가지도 않았건만.. 새끼 고양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실외기 아래로, 화분 뒤로, 분리수거함 뒤로, 2층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계속 키우는 것은 아니고 새끼 고양이들이 자랄 때까지 한 두달만 둘 것이라고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며칠을 지난한 쫓음과 쫓김을 반복하다가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니 2마리만 남아있었다. 평소처럼 숨어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씻고 나온 사이 1마리도 사라지고 집에는 1마리만 남게 되었다.
어미 고양이가 데려간 것인지 아님 정말로 쫓겨나간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내 집 안에 있던 새끼 고양이들을 지키지 못했다.
나는 그저 바랬을 뿐이다. 그 새끼 고양이들이 어미처럼 뛰어 오를 수 있을 정도로만 자라게 되고, 사냥을 같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그들이 자발적으로 떠날 때까지만 물을 챙겨주고, 똥을 치워주고, 우리 집이 그들의 험난한 생에 잠깐의 그늘이 될 수 있길 바랬을 뿐이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생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생명이고, 감정을 느끼고 살아서 숨을 쉰다. 말하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는 아무도 없으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쉽게 죽이고 미워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쯤 되면 동물들이 특히 길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위협당하고 쫓기고, 굶어죽고, 사고를 당하고, 범죄에 노출되고, 파양을 당하고, 병에 걸리거나 안락사되는 그런 모든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