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너를 막 떠났을 때의 난 그저 너를 잊고 싶었고, 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내 감정에 빠져 너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내 마지막 모습이 조급했다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나는 불에 타서 기둥조차 남지 않은 건물처럼 너에게 내 모든 걸 쏟아붓느라 감정도, 체력도 소진된 상태였어. 사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너와 나의 뜨거움이 우리를 위한 건 아니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 타오른만큼 너무 빠르게 식었으니까.
나는 많이 덤덤해졌어. 우리의 추억이 생각나도 넘길 수 있게 되었고,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에도 그때의 경험과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서야 그때 너에게 못했던 말을 건네. 어디에 누구와 있더라도 네가 편안하길 바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