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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Dec 05. 2023

<괴물>을 보고 ’아쿠아‘를 듣다가

부제: 고레에다 감독님 영화에 더 이상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관객1

괴물(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류이치.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

1부는 공포 스릴러 같았다가, 2부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사회고발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3부에서,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마음...ಥ_ಥ


악의 없이, 의도하지 않고도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순간이 있다. 나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 순간이 타인에겐 날카로운 칼 같아서, 딱지가 앉을 새도 없이 상처가 깊어진다. 선한 당신의 얼굴에 화를 내지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못하는 아이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 시끄러운 고독의 순간을 포착해 내고야 마는 영화.

의심하고 오해했던 너는 그저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었구나, 불완전한 어른들은 뒤늦게야 진실을 발견한다. 태풍을 견뎌내며 진흙으로 뒤덮인 작은 창을 닦아낸다. 하염없이 이름만 부른다. 이제는 그 작은 몸을 안아줄 수 있다고.


엔딩, 찬란한 햇빛 속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화면 위로 잔잔히 흐르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 한눈에 들꽃의 이름을 외우던 아이는 여전히 잘 웃는지, 과감하게 차도로 뛰어들던 너는 흰 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키가 큰 어른이 되었는지, 묻고 또 물어보고 싶다.


김혜리 기자님이 진행하는 <필름클럽>을 들으며 영화를 복기하는 일은 퇴근길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다. ‘괴물’ 편에서 피디님이 설명해 주는 음악 이야기가 무척 좋았는데, 특히 영화 속의 Aqua를 들으며 아이들의 행복에 안심하는 동시에 사카모토를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Aqua를 들으면 다정한 것들이 내내 떠오를 것이다.

https://youtu.be/dqfLH0opCPk?si=Rwa-Ab4V7ictIK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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