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로군요?
가을이 창연하다.
점심을 먹고 문득 45분의 시간이 남아 교문 밖에 있는 커피점으로 나섰다. 마침 오늘까지인 쿠폰도 있겠다, 아주 여러 까닭을 만들면서 커피를 사러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11월에 들어섬과 동시에 가을이 창창해졌다. 여기저기 화려한 빛깔을 뿜어내는 나뭇잎이 곳곳에 쌓여가고 있다. 중간중간 나뭇잎을 청소하는, 에어 프레셔를 맨 아저씨 옆에서 나는 기름 냄새도 나뭇잎의 얼얼한 색에 묻혀간다. 학생의 신나는 소리는 캠퍼스에 가장 사람이 적은 금요일에도 이어진다.
바람이 한 번 불고 지나가면, 우와, 나뭇잎이 갑작스레 떨어지면 우와아, 그러다 커다란 바람이 머리를 훑고 지나가 머리카락이 완전히 뒤집히면 우와아아아,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지나가는 학생은 머리에 내려앉은 나뭇잎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가운 공기에 빨개진 뺨을 주물거리며 걸어간다. 노란 은행나뭇잎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의 흐름을, 나뭇잎을 보며 위안을 삼았던 불과 작년의 일이었다.
시간이 언제 가는지도 몰랐던 작년과 재작년을 보낸 뒤로는 유난히 계절의 흐름을 예민하게 관찰하게 된다. 퇴근 시간이 늦었던 저번 학기만 해도 매일 저녁 같은 나무 아래를 지나며, 하루하루 점차 밝아지는 각기 다른 날의 나뭇잎 색을 관찰하느라 나무 아래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는 근무 시간이 당겨져 밝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니 하루하루 어두워지는 나뭇잎 색을 볼 수는 없지만 대신, 낮 동안의 나뭇잎 색과 그 색에 비친 학생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결국 커피를 사 왔지만 바닐라 시럽 추가하는 것을 잊어버려 커피가 부드럽지만 도저히 달지가 않다. 에이콩, 고소한 커피를 마시며 창 밖으로 스치는 가을을 쳐다보니 온 가을을 가진 기분이다. 노랗고 작은 손바닥 같은 은행나뭇잎이 바람에 흩어진다. 폴폴 날아다니는 나뭇잎이 다 지나가면 또 폭폭 하이안 눈발이 날릴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들썩, 마음이 벌써부터 설레는 날이다.
(추천 노래 동영상. 뮤직비디오입니다. 뮤직비디오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