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던 여자의 행동 중 하나는 '음식 사진 찍기'였다.
식당에서 주문을 한 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그릇에 예쁘게 담긴, 맛있어 보이는 그 음식들을, 먹기도 바쁜데 그 와중에 번거롭게 사진이라니.(아니 뭐 부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단지 이해할 수 없는 정도랄까.)
그녀 역시 음식 앞에선 사진을 찍는 편이었다.
'건드리지 마!'라는 말과 함께.
그러다 종종 그녀에게 음식 사진을 받을 때면, '나도 저거 먹고 싶다.'정도로 리액션을 하곤 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얘기가 마무리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얼마 전에도 음식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날은 이야기가 평소와 다르게 흘러갔다.
[쨔잔, 크림소스 치킨과 토마토 파스타!]
[우와! 뭐야??]
[엄마가 서울 오셔서 실력 발휘 좀 해봤지!]
[헐? 직접 한 거? 우리 사월이 요리 잘하는구나+_+]
[음 뭐 이 정도야~ 별거 아냐~]
[이햐... 나도 우리 사월이가 해주는 요리 먹어보고 싶다ㅠㅠ]
[응? 그럴래?]
'그럴래라니? 이렇게 쉽게 얘기해도 되는 거야?'
그녀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하니, 아주 흔쾌히, 마치 그 말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수락해주었다.
[지난번에 아플 때 처음 온 거였는데, 아무것도 대접 못해줘서 마음에 걸렸어. 이번엔 정식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저녁 해줄게요^^]
'참. 그랬던 적이 있었지. 그 때도 아픈 와중에 신경 쓰는 것 같더니.'
어쨌거나 그녀가 직접 만들어주는 저녁 상, 퇴근 후 그녀의 집으로 가 먹는 저녁, 조금 주책 맞지만 왠지
'젊은 신혼 부부의 깨가 쏟아지는 저녁 식사 느낌'이 들어 기대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그런 신나는 마음을 가지고 초인종을 눌렀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주 맛있는 향기가 후각을 자극했고, 요리를 하다만 차림으로 달려온 그녀가 날 안아주었다.
"고생했어 우리 찰스, 얼른 들어와."
'결혼하면... 매일 이럴 수 있는 거야..? 너무 좋잖아...?'
물론 현실과 이상이 달라 매일 이럴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지금 이 순간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들어선 그녀의 집은 환하고 깔끔한 분위기에 아기자기한 장식이 눈에 들어왔으며,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이어서, 지난번 왔을 때의 어수선한 집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 이렇게 예쁘게 해놓고 사는구나.'
오자마자 한쪽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내가 웃겼던 모양인지 그녀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 이리와 앉아. 다 됐어."
"와... 이거 사진으로 봤던 그거네!"
크림소스 치킨과 스파게티. 잘은 모르지만 보통 솜씨로 할 만한 요리가 아닐 텐데. 진짜로 요리 잘 하는구나 강사월.
"어때? 어때??"
닭고기를 조금 뜯어 몇 번 오물거리고 있을 쯤, 그녀가 엄마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의 눈으로 내게 물었다.
"헐... 사월아, 나랑 장사할래? 이거 진짜 될 거 같애. 아니 아니, 진짜로. 이거 팔면 무조건 돈방석인데?"
그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라, 어디서 이런 걸 배웠나 싶을 정도로 수준급 요리 실력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는 말과 다르게 활짝, 봄날의 꽃처럼 아주아주 활짝 웃고 있었다.
"으아, 배부르다. 음식이 맛있으니까, 손이 멈추질 않았어."
"괜찮아? 억지로 많이 먹은 거 아냐?"
"아니 아니!! 진짜 기분 좋게, 맛있게 잘 먹었어."
"다행이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영화나 볼래?"
입과 마음이 모두 행복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를 디저트로 내온 그녀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 중간중간 주인공들의 적극적인 애정표현이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런 장면을 보니 괜히 나까지 두근두근 하더라.
그때 그녀는 편한 트레이닝 바지에 본인 몸집보다 훨씬 큰 박스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섹시한 건지. 결국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입을 열어 나를 맞아줬고, 난 꽤나 격렬한 기세로 그녀를 느끼기 시작했다.
형광등 불빛이 여전히 환했지만, 개의치 않고 그 사랑을 즐겼다.
그녀와 숨을 나누고 있자니 주변의 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모든 오감이 그녀에게로 맞춰졌으며, 한 손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자꾸만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폭풍 같은 사랑이 우리를 휩쓸고 간 뒤, 숨을 한두 차례 들이쉬고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아직도 그녀는
나와 매우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가벼운 입맞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아끼고 아낀 말을, 저 깊숙한 곳에 있던 말을 꺼내 올렸다.
"사랑해, 강사월."
떨리던 고백이 끝나자 형광등 불빛이 달빛으로 바뀌었다. 그 달빛과 함께 우린 조금 더 숨을 나누고, 서로의 온기를 나눴으며, 여전한 사랑을, 주고받았다. 극도의 행복감과 만족감이 들이 닥쳤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단지 쾌락만을 좇는 움직임이나, 욕구를 위한 탐(貪)은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요동'이었다고 하는 게 좋겠다. 여전히 그녀를 안은 채로 생각한다.
'보내고 싶지 않다.'
이 와중에 '이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난 이 여자를 가져야 한다. 그저 그 뿐이다. 다만 말로 꺼낼 수는 없다. 비디오 테이프 감기듯 순식간에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올까 봐.
말하는 대신 그녀를 더 가까이 안는다.
그녀가 이 마음을 느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