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어디로 갔을까
저 산은
아주 오래 있었을 것이다.
늪 속을 잠겨드는 용
산그림자 속에 떠올라 온다.
한 순간 덮쳤을 격변
아주 오래된 생명들을 잡아먹고
태어난 그는
이제 말없이 웅크리고
짙고 푸른 침묵을 끌어 덮었다.
그의 위에 얼마나의 바람이 울며 지나고
또 얼마의 폭풍우와, 적막히 작열하는 날들과
가슴 속 깊은 화석을 꺼내어 쩡, 쩡 갈랐던
사무치는 추위 속에서
참담한 바위에 닿았던
첫 번째, 그 연약한 솜털.
힘겹게 숨 쉬던 이파리
그 애는 어디로 갔을까.
가끔 푸드득 날아오르는
철없는 산새를 달래 내고
속없이 흐르는 구름 속으로
떠나고파 몸부림치는 것들을 다독이며
고요해지자
바람도 적막하고파
신록을 끌어안고
몸을 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