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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Veilpale Sep 26. 2015

처음으로 간 락 페스티벌

그리고 너와  낙타가 있었다




우린 땀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뒤섞인 채, 말없이 터벅터벅 걸었다. 내 녹아내린 화장과 너의 발냄새를 서로서로 무시하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추레하고 거북한 몰골일 테지만,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것 이상하고 웃겼던 우리 모습을 곱씹어내는 기념품일 것이며, 축제의 끝을 선언하는 나름대로의 의식일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털레털레, 손목에 플라스틱 야광 팔찌를 매달고. 권태로운 낙타처럼 길을 곱씹을 뿐이었다.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생수 두 병과 초코바 네 개를 샀다. 가까이 붙어 걸었다. 마치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지독한 땀냄새를 풍기는 젊은 남녀는 시선을 끌었다. 떨어져 걷는다면 순식간에 부끄러질 것 같았다. 낙타가 무리를 이루어 걷는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동료였다. 혼자라면 그저 땀을 괴상하게 많이 흘린 형편없는 모양새의 여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너  또한 부담스러운 냄새가 나는 남 이고.


하지만 우리는 손  입장권 빛내며 걸었다.  ,      . 어쩌면 무언의 순례. 깔끔하고 지친 모양새의 사람들 틈에, 좀 더 녹초가 되고 너저분한 우리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흥분의 조각을 길게 끌며 목을 축이고 초코바를 우물거렸다.  거북 시선이 와닿았으나 그 정도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행진은 지하철 의자에 않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한 커플이  양보한 자리였다. 감사의 인사를 웅얼거리는 우릴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본 뒤, 그들은 총총 멀어져 갔다. 너는 생수를 한 통 다 비웠다. 나는 내 물병을 건내었고,  피곤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들었다.


시원한 철제 봉에 더운 손을 식히며, 나는 문득 오늘 아침까지의 산뜻한 너의 모습을 생각했다. 나의 모습도. 뭐라고 해야 할까, 너와 나는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도시 사람이었지만...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붙이고 땀에 젖은 셔츠를 펄럭이는 는, 남자 향수 냄새를 풍길 것 같던 그 남자완 다른 사람 같았다. 사실로 말하자 나는 네가 진심으로 즐거워 웃는 것을 목도했으므로... 여자애처럼 비명을 지르고, 환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차가운 안경 뒤에  .   . 조금 근질거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눈썹을 올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너와 나는 같은 낙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때론 제멋대로지만... 분명 기분이 좋으면 웃긴 모양새로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그런. 낙타는 웃는다.


문득 쳐다본 반대편 창문엔, 비슷한 모습의 낙타 두 마리가 있었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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