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날아갈 것만 같은
이 도시는 차갑다. 기묘하게 애틋한 느낌이다. 타오르는 불빛과 야경을 본다. 아침이 올 거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아 선 셔츠가 돛처럼 펄럭였다. 이곳은 잠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실은, 깨어나지도 않는 것이다. 식지 않는 꿈의 도시. 슬픈 꿈들이 복작이며 도시의 밤을 뜨겁게 부풀린다.
떠오른 도시는 어디론가 날아갈 것만 같다.
낙원에서 떨어져 길을 잃는 법이란. 열셋의 사다리처럼 고층 건물은 반짝거리고, 도로 위를 흐르는 붉고 노란 강물. 범람한 빛에 얼굴을 묻은 남색의 밤.
눈꺼풀 안쪽에도 도시는 있다. 쉴 수 없는 몸으로 믿기 힘든 것들을 잉태하고 또 낳고도, 도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 곳을 놓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 꿈꾸던 동화가 환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찢어지고 기운 사랑과 곡예를 부리는 듯한 미래, 그것들이 동화와 다를 바가 있을까?
나는 문득 내 사랑의 안타까움에 대하여 생각했다. 내 인생의 비겁함에 대해서도. 나의 가족과 학교와 또 많은 것들을.
뜨거운 기류가 나를 펄럭였다. 혼을 데려가려는 것 같았다. 거센 바람이었다.
나에게 그럴 능력이 있었던가. 나는 내일을 바란다. 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기도하던 때가 지나버렸다. 떠나버렸다.
그저 서 있었을 뿐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상실을 곱씹는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벅차오르는 외로움, 결국은 그것밖에 가진 게 없는 것을. 그리고 그게 전부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위하지 않는 빛들이 모이고 모이면 그 밤은 누구의 것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