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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Tech Apr 07. 2018

봄이 온다

< THE ReeAL MAGAZINE > Vol. 13 中


한산했던 동네에 낯선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문을 닫았던 가게에도 하나둘 스태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비어 있던 건물에 사람이 들락 날락하더니, 언젠가부터 건설 차량들이 돌아다닌다. 봄이온다.


강원도 양양 인구해변에서 보낸 첫 번째 겨울이 이렇게 지나가나 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양양의 겨울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 궁금하기도 했던 이곳의 겨울은, 막상 겪어보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곳처럼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요즘 젊은 서퍼들이 다양한 지방에서 이곳으로 대거 이동해오면서 주거인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지기도 했고, 그 사람들이 겨울철에는 대부분 해외로 나가버리는 바람에 별일 없이 조용히 새 집에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그래도 가끔 큰 눈이 올 때면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쌓인 해변의 경치를 확인 할 수 있어 참 기분이 좋았다. 가끔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일이 힘들다며 소셜미디어에 몇 장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눈 위에서의 삽질이 그저 즐겁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 신이 난다는, 배부른 투정을 부려봤다. 기나긴 겨울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짧았다 하기에도 어색한, 그런 겨울이 지나간다.


실은 봄이 오고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하고 싶었던 계획들이 이것 저것 머릿속에 많았다. 그런데 내가 상상만으로 만족해 있는 동안 어느새 계절이 지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고 나서야 나도 무엇이든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자각했다. 하나의 작업도 마무리하지 않았는데 머릿속으로는 네다섯 번째 작업을 벌이면서, 당장 중요한 두세 번째 작업은 재미없고 지루할 것 같아 뒤로 미뤄두는 그런 나날의 연속이다. 어쨌든 봄호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정리할 생각이다. 리얼매거진의 사무실이자 근처에 온 사람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싶은데, 생각처럼 쉽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이곳은 요즘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앞선 일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쨌든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진행해갈 예정이다.
봄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며 겨울을 기다리던 날처럼, 여름에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상상만 가득한 채로 쉽게 예상은 되지 않는 그런 봄이 오고 있다.

2017. 03. 05


< THE ReeAL MAGAZINE > Vol. 13

2017 SPRING [ CROSSROA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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