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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Sep 21. 2021

화는 어떻게 내야하죠?



상담선생님과의 상담도 겉돌았다.

매주 동앗줄 잡는 기분으로 갔지만,

더 기분이 복잡해져서 돌아왔다.


어느 날은 상담이 끝난 후,

상담이 불만족스럽다고 문자를 했다.

다음 시간, 상담선생님은 내게 화를 내보라고 했다.

상담이 불만족스러워서 화가 좀 나지 않았냐고

그냥 화를 내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지금 이건 혼나는 거 같다고, 화를 내보라고 선생님이 채근했다.


"화는 어떻게 내야 하죠? 화를 낼 수가 없어요."


두 번의 이별은

나를 화도, 울음도 못 하게 만들었다.

'기질적으로 많다던' 그 화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화를 내는 게 두려웠다. 아니, 아예 방법을 잊어버렸다.





어쩌다가,

정신과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해주었다.

명료하게 정답을 제시하는 의사들을 보며

내 문제가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했다.


그래서 유튜브 정신과 의사의 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다.

대기 기간이 거의 한 달이 걸렸다.

한달을 걸려서, 두 시간 거리의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보니 내가 원하는 쌤에게 예약이 안 되어 있었다.

나중에라도 변경할 수 없냐고 물어보자, 직원이 안된다고 했다.

처음에 하게 된 의사쌤에게 계속 진료를 받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며, 병원을 나와서 울었다.

작은 돌하나로도 감정이 요동쳤다.

다른 병원들에도 전화를 했지만,

당장 오늘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떠나요, 먼 곳으로.


그렇게 혼자를 못 견뎌 두려움에 떠는 날들이 쌓이는 동안,

부산에서 단기 일을 제안받았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고,

한달가량 크루 셋이 같이 머문다는 점이 좋았다.


나는 당장에 수락했고, 부산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부산에서의 생활은 "일 + 식사"로 이루어졌다.

오전, 오후에 촬영일을 하고 나면, 저녁을 같이 먹고 개인의 시간을 보냈다.

혼자가 힘겨울 때는 다른 크루의 방을 방문했고,

함께 간 언니랑은 종종 카페에 가서 각자의 일을 하였다.


잠시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울렁거리던 불안이 조금 줄어들었다.

전남친에게 연락하고 싶다던 생각도 거의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울함만은 여전해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전에 보던 정신과 유튜브와 다른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방에 혼자 남겨진 시간에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크게 틀어놨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내 이야기 같다가, 좌절했다가, 희망을 얻었다가 반복했다.

그러다가 병원을 다시 예약했다.

딱, 한 달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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