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옷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시작은 청바지 한 장에서였다. 아내와 백화점을 지나다가 우연히 꽤 괜찮아보이는 청바지를 발견했고, 아내의 권유로 입어보게 되었다. 평소 큰 덩치와 불어난 몸집으로 옷이 꽉 끼는 느낌을 싫어하게 된 나는 몇 번을 고사했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딱 한 번만 입어봐"를 외치며 나를 탈의실 안으로 밀어넣었다.
물론 갑자기 옷이 맞아들게 된 것은 아니다. 러닝을 열심히 하면서 조금은 몸에 라인이 잡혔고 체중도 조금 줄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옷이 잘 맞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핏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못이기는척 아내의 권유를 받아들이며 이것 저것 다른 옷도 입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적지 않은 옷을 쇼핑했다. 그것이 내가 처음 에피그램 이란 브랜드와 마주하게 된 사연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한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내게 그 옷이 썩 잘 맞으며, 전체적인 브랜드의 감성이나 핏,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겨울 내내 두꺼운 점퍼 하나만 입고 다니던 모습에서 나름대로 멋을 내는 사람이 되었다. 한 브랜드를 만나고, 나는 변하고 있었다.
"수많은 옷을 사지만 마음에 꼭 드는 브랜드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이 브랜드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옷을 산다. 키가 커서, 살이 쪄서, 혹은 살이 빠져서,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서 옷을 산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도, 멋을 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혹은 일부러) 옷을 산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옷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한두개쯤이다. 그나마 한두개라도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를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매장에서, 쇼핑몰 사이트에서 마음에 들었던 제품도 막상 몇 번 입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진짜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잘 고르고 이를 잘 매치해서 입는 사람이다. 단지 옷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사람이었다. 한 두 가지 아이템은 찾았었지만 시즌이 지나거나 유행이 지나면 그 뿐, 또 다른 아이템을 매치하거나 다양한 아이템이 마음에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매번 쇼핑하기도 힘에 부쳤고, 결국 마음에 드는 한두가지 아이템만 한계절 내내 입고 다니는 쪽으로 편하게(?) 살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편하긴 하지만 썩 즐겁진 않다)
"수많은 브랜드 중 내게 맞는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그러다 한 브랜드(에피그램)를 알게 되었고, 그 브랜드의 제품들을 중심으로 쇼핑하게 되었다. 보통 한 브랜드의 사이즈 기준은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표기된 사이즈보다 슬림하게 나오는 브랜드, 혹은 여유있게 나오는 브랜드 등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찾으면 사이즈가 안맞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브랜드들은 하나의 균일한 컨셉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 혹은 가치와 일치한다면 그 브랜드의 제품들은 마음에 들기가 쉽다. 내게 에피그램이란 브랜드가 꼭 그렇다.
다양한 브랜드, 스타일, 매치를 즐기는 패션 피플이라면 내 이야기가 우습게 들릴 수 밖에 없지만, 나처럼 옷을 고르는데 귀차니즘을 느끼거나 안정적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맞는 브랜드를 찾는 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즘처럼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는 시기가 또 있을까?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각자 저만의 개성을 뽐내고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각 브랜드가 나타내는 가치와 감성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지금이야말로 내게 맞는 브랜드들을 고르는 일 또한 수월하고 또 재미있을 때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이렇게 수많은 브랜드들 중에서 내게 맞는 브랜드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마음에 드는 옷은 자신감을 준다"
흔히 말하는 '패피'가 아님에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옷은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단히 멋진 외모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오늘의 내 모습에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있다면 그 사람의 태도 역시 자신감 있게 바뀐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서 목격한 장면 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보통은 재벌 연인- 환골탈태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에 넘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지 않은가!)
나는 지난해 여름 알게 된 에피그램이란 브랜드 덕분에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패션에 아주 관심없지도, 아주 관심많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들이여, 조금만 품을 팔아 내게 맞는 브랜드를 찾자. 패션에 대한 고민도, 자신감 회복도 동시에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