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반복이 주는 편안함
정신없이 지나가는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찾아왔다. 쉴새없이 울리던 스마트폰은 조용하고, 평소 일어나는 시간(오전 6시)보다 두어 시간쯤 더 늦게 일어나며,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천천히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탓에 모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말은 온전히 내 시간인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평온한 주말을 위한 나만의 오전 루틴이 몇가지 있는데, 간단하고 일상적이지만 여유있게 지켜나가는 것이 큰 기쁨이다.
1. 눈을 뜨면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린다.
주말 아침이 되면 9살, 7살 두 아이들이 방으로 깨우러 온다. 엄마는 안깨우고 나만 깨우는데, 평일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탓에 거의 만나질 못하는 아빠여서 그렇기도 하고 아빠랑만 있어야 엄마의 터치(?)를 받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어나면 먼저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린다. 굳이 안 씻어도 되는(?) 주말에 아침부터 샤워하는 이유는,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다. 온 몸에 부딪히는 물방울들이 몸의 감각을 깨워주는 느낌이다.
드립이나 더치는 입에 잘 안맞아서 네스프레소로 리스트레토 캡슐 한 잔을 내린다(쉽게 검은색 캡슐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쌉쌀한 맛이다. 개인적으로 산미보다 쓴맛을 선호한다. 정신을 깨우고 커피를 몸에 넣는 느낌.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 출근하는 이들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익숙할테다. 주말에 피곤하다고 퍼지지 않기 위해, 주말을 주말대로 온전히 보내기 위해 하고 있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2.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숙제를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기에 주말 아침에는 나만의 시간 보다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의 학교, 유치원, 학원 과제를 아이들과 함께 한다. 아직은 아이들 숙제가 어렵지 않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마침 엄마는 자고 있어서 아이들과 나만 누리는 대화의 시간이기도 하다.
3. 각자 한 시간의 자유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 과제는 오전/오후로 나누어서 한다. 그래서 오전에 해야 할 과제들을 하고 나면 (대략 한 시간쯤 걸린다) 아이들에게는 한 시간의 자유시간(이라 쓰고 브롤스타즈 시간이라고 읽는다)이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이 시간은 내게도 자유시간이다.
나는 대체로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잠깐 게임을 하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들도 나도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과제도 열심히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누구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중요하다.
4. 아내를 깨우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한다.
일어나서 아이들과 자유시간을 갖고 나면 대략 열시 반에서 열한시쯤 된다. 이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를 깨우러 간다.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아내도 주말만큼은 오전에 여유있게 잘 수 있어서 좋아한다. 아내가 일어나면 똑같이 커피를 한 잔 내려주고, 인사하고, 점심부터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상의한다.
그리고 오후는 매일의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