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업무 중 하나는 타인의 사업계획서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아직 나는 내 사업계획서, 브로슈어가 없다. 내가 나의 것을 기획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의 진실은 남의 머리를 깎아주다 자신의 것을 할 시간이 없다는 뜻도 될 것이다.
최근 같은 마감 일정의 두 곳의 사업계획서를 마무리하고 결국 내 것까지 썼다.
그런데 타인의 사업계획서는 - 돈을 받고 하는 일이고, 나의 이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만들어 드렸다.
나의 것은, 그냥 글만 썼고, 밤샘하다 뻗을 수밖에 없었지만 가까스로 완성해서 투척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나의 업종상 타인의 사업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직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