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반가움
체코 체류 중에 갑자기 체코와 오스트리아 양쪽에서 알프스를 봐야 한다는 일념 하에 무작정 차를 타고 알프스로 향했어.
갑자기 왼쪽으로 펼쳐지는 절경에 와!! 하는 탄성을 질렀고, 친구는 다짜고짜 차를 버리고... 호수로 돌진을;;
덕분에 한 사람은 차를 지켜야 했지만, 남은 이들은 다 뛰어내려 호수 가까운 곳으로 내려가려고 눈 얼은 잔디 위를 밟고 미끄러지며 고생들을 했지. 대체 왜?
그저 이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왜 절경을 보면 사람은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가는 거지? 애초에 절경이라고 결정하는 건 누구지? 기준은 뭐지?
무작정 차도 버리고 달려가는 친구를 보니 관광지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우르르 내려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 하고 우리하고 다른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낡고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부두 가장자리에 서서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며 흰머리처럼 희끗희끗 눈이 보이는 알프스 자락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 기분은 허공에 붕 떠서 마치 호수에 한발 내딛으면 그 위로 미끄러져 둥둥 떠갈 수 있을 듯 한 착각에 빠져.
역시, 그곳에 한참을 머무른 우리는 관광객과는 다를 거라 내 자신에게 되뇌며 사진이 아닌 내 눈과 가슴에 담아 갈 수 있도록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지. 지금 다시 보니 이 사진에 그 절경을, 그 감동을 다 담을 수 없었더라.
그러다가 큰길 건너에 뜬금없이 홀로 서있는 집을 보며 저 집에 사는 사람에게도 이 장면이 이토록 황홀하고 감동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 문을 두드리고 물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역시 그래 보고 싶다는 충동이 내 머릿속의 많은 생각으로 저지당하고 머뭇거리게 되면서 또 다른 회의감에 빠져들었지. 난 너무 세상의 때도 많이 묻었고 별의별 쓸데없는 상식이나 예의 따위로 더럽혀진 것 같아.
-
또 이런 반가움을 마주치게 될 우연을 기다리며...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