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도 사막도 아닌
말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한가로운 시골 마을길(Чилик: 칠릭)을 가로질러 건너서;
여긴 여전히 우리나라의 옛 시골 같아.
늦게 출발한 탓에 갈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있길래 하루 신세 진 곳.
내가 우리나라의 옛 시골에 있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것 같았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따뜻한 기분.
손님이라고 선뜻 방도 내어주고 배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재워주는 그런 웃음이 포근한 사람들이 사는 곳.
가도 가도 똑같은 끝없는 황야를 가로질러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창밖은 똑같은 영화의 한 장면
저 한가운데에 서부의 집 한 채 세워놔도 어울릴 법 한
으잉 이건 화장실일까? 뭘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봤어. 바퀴 자국 때문에.
드디어 도착. 캐년이 있는 나라야. 여긴.
멀리서 본 캐년의 일부
가까이서 찍는 게 의미가 없어 너무 웅장해서, 그렇다고 멀리서 찍는다고 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에 담아와야지. 사진으론 담기지가 않아.
내려가서 가까이에서 보고 걸어보지만 한눈에도 담아지지 않고, 말도 잘 나오지 않아.
웅장하고 초자연 스러운 경관을 보고 감동하면 보통 다들 그러지 않아?
이런 천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아서 근처에 가게 하나 없고 사람 한 명 없으니 이걸 편하다고 해야 하나 불편하다고 해야 하나... 욕심이 없는 걸까 관심이 없는 걸까...?
당장 나로서는 평화로움과 햇살을 즐길 수 있으니 정말 아무 데나 드러누워도 행복할 뿐이고.
차에 피크닉 준비를 해왔으니 아무데서나 피크닉을 즐기며 책도 보고 빈둥거릴 수 있어서 황홀할 뿐이고.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올해도 갈 수 있으려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