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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andra the Twinkling Mar 20. 2017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십오

고양이, 그 참을 수 없는 심장 어택 (똥똥이 스페셜)

표지 사진을 보고도 고양이가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정말 있을까???


저렇게 핑크빛으로 입술을 발그랗게 물들이고 핑크색의 절정이 코에 올라와 있는, 그리고 사람을 믿고 저렇게 배를 다 드러내 놓고 눈을 질끈 감고 잠들어 있는 평화로운 저 모습을 보고도 고양이는 징그럽다던가, 재수가 없다던가, 무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어깨에서 잠자기, 기습 뽀뽀해주기, 사람처럼 누워서 집사 빤히 쳐다보기,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내 무릎 위에서 잠자기, 토끼처럼 귀 새우고 눈 마주치고 꾹꾹이 하기...


사랑을 주면 야생 들고양이 같던 땅콩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마음껏 발산해주는데 이렇게 순둥순둥 열매를 먹은 아이들을 학대를 한다니?? 

얼마 전 고양이 카페에서 멀쩡하게 분양자 분과 대화를 나누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보여주어서 두 마리 아기 고양이를 마음 놓고 분양했고, 입양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분양했던 분이 수상한 점이 있어서 캐묻고 추궁하고 찾아갔더니, 집에서 학대를 하다가 한 마리는 결국 죽인 것으로 추정되고, 남은 한 마리는 그저 지나가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도 너무나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었고, 사진이 올라와 있었어. 그 아가는 코 밑 주둥이를 일부러 날카로운 가위 같은 것으로 잘라버린 것 같이 일부분이 뭉텅 잘라져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어도 잇몸과 이빨이 그대로 보였고, 척추 손상을 입어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중요한 건 주인을 보고 걷지도 못하는 다리를 이끌고 도망가서 숨는다는 얘기를 분양자가 하고 있었지. 잘 못 걷는 것이 수상하여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X-ray에 갈비뼈가 부러져 있더라는 거지. 그것도 역시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서 부러진 것이라는 소견이었고. 입양자는 집을 나가버려서 잃어버렸다고 얼버무렸던 나머지 한 마리도 결국 자신이 위해를 가했고 술을 마셔서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무서운 소리를 했다는 거야.


그 전엔 몰랐지. 카페에 들어가서 보니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밖에서 길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나쁜 사람들만 나쁜 게 아니야. 멀쩡하게 고양이 카페에서 활동을 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인데도 저런 사람이 있다는 게 더 무서운 거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더더더 무서운 사람 아니겠어? 어쩌면 그렇게 아닌 척하고 사람 좋은 척, 동물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있는 건지. 이건 빙산의 일각이더라고. 동물을 상대로 더 뻔뻔하고 더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이 많더라고.  

이러니 H양은 걱정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고, 그런 무서운 사람들에게 분양될까 봐 벌벌 떨고 온갖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또 혼자 상상하면서 고민 또 고민 그리고 또 고민... 하다가, 결국, 똥똥이를 엄마와 함께 가게에 데리고 살기로 결정했어. 에고고... 이제 4마리. 신랑이 길길이 뛰면서 반대를 한다는데 어쩌나 ㅠㅠ 천사같이 맘 좋은 H양이 괜히 이 아가들을 쓰레기장에서 데려온 것도 아니잖아, 그러는 게 이해도 가지. 엄마랑 이제 살짝 정들었는데 다시 찢어놓는 것도 짠하고 본인보다 더 고양일 사랑하고 잘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는 게 보통 쉬운 일도 아니니까. 세상에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고양이에게 살기 힘든 거지?


각설하고, 그런 사람들은 그래 살다 가시라고 하고.


H양이 만들어서 보내준 영상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ㅎㅎㅎ

한쪽발엔 장화를, 한쪽발엔 양말을 신고 있는 똥똥이가 너무 귀여워 ㅎㅎ

어린 엄마와 어린 딸... 둘 다 말라서 보기가 심히 ㅠㅠ짠함

엄마도 작고 딸도 작지만, 그래도 오붓하고 그래도 행복해 보이고 보고 있으면 흐뭇해져ㅎㅎ
둘이 옷입고 머리처박고 물먹는건 정말 심장 폭격감이야 ㅠㅠ

가게 진열대에 올라가서 작고 귀여운 테러 중이신 똥똥이 ㅋㅋㅋㅋㅋㅋ 지나가던 행인들이 멈춰 서서 구경한다고 ㅎㅎ

똥똥이가 너무 작아서 캔들홀더보다도 더 작아 ;;

그렇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통의 일반인보다 작은 H양의 조그만 손바닥보다도 아직 더 작은 똥똥이. 빨리 보란 듯이 쑥쑥 자라줘 똥똥아. 인형 같아 귀여워 ㅋㅋ

아이고 쪼꼬매라.. 인형이 따로 없어 ㅠㅠ 아 내심장...


똥똥이의 묘생은 이제 H양과 함께 하는 걸로 결정되었어. 작은 안도감. 작은 불안감.

하지만, 더 크고 긴 긴 기대감이 기다리고 있는 걸로 ㅎㅎ. 

요 작은 생명이 가져다준 H양과 나의 인연도 새롭게 시작하는 걸로.

살아줄 줄 알았던 다른 아이들은 죽고, 죽을 거라고 마음에서 포기했던 요 녀석이 살아주면서 H양과 내가 끈끈해졌다고나 할까. 우리 사이에 놓여있던 오만가지 복잡한 상황과 생각들을 요 녀석이 깔끔하게 정리해준 거라고 할까. 요 심장을 폭격하는 작고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꼬물이 생명체 앞에서 어떻게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나쁜 생각을 할 것이며, 대체 어떻게 딴생각을 할 수 있겠어? 어떻게????


2kg의 작고 불완전한 생명으로 태어나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살아났지만 그러고도 또 백일해와 홍역에 걸려서 모두를 조마조마하게 했던 나에게, 씩씩하게 살아나라고 주신, 바로 그 태명을 네게 물려주어서 살아남은 거야 똥똥아, 순이 딸 똥똥아, H양의 딸 똥똥아~~  ^^b; 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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